[시선+] 보편요금제…고객 요구 무시한 이통사의 업보
"정부가 보편요금제 도입을 강행하는 것은 이동통신사가 선제적으로 소비자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지 못한 결과다."

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비례)이 진행한 ‘문재인 정부의 국가주의적 통신정책의 한계와 과제’ 정책토론회에서 나온 발언이다. 보편요금제 출현은 통신비를 인하해 달라는 소비자 요구를 이통사가 결국 들어주지 않으면서 짊어진 업보라는 해석이다.

보편요금제는 월 2만원대 데이터 1GB(기가바이트), 음성 200분을 제공하는 요금제를 SK텔레콤에 강제 출시토록 하는 것이다.

이통사는 올해 초부터 저가요금제를 출시하며 보편요금제 도입이 불필요하다는 여론을 형성하려 애썼다. 이통사는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통사가 일제히 내놓은 저가요금제는 정부가 추진하는 보편요금제를 견제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KT는 월 3만3000원, 데이터 1GB, 음성 무제한 'LTE베이직',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KT보다 0.2~0.3GB가량 더 많은 데이터량을 제공하는 저가 요금제를 각각 내놨다. 가격은 양사 모두 월 3만3000원이다. 25% 선택약정할인을 받을 경우 이통3사의 저가 요금제는 모두 2만원대로 떨어진다.

이통사는 이를 '혁신' 이라고 했지만, 결국 정부가 제시한 보편요금제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요금제를 출시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이통사의 뒤늦은 대응이 정부 입장에선 보편요금제 도입의 명분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통3사의 요금제 경쟁은 사라진지 오래다"며 "올해 초 이통사가 내놓은 요금제만 보면 거의 비슷하다. 보편요금제 영향을 받았음을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보편요금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이번 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도입 여부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이통사에게 정작 보편요금제 도입 여부보다 중요한 건 따로 있다. 보편요금제 도입 시도로 촉발된, 통신비를 절약하길 바라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귀기울이는 것이다.

이통사는 정부가 제시한 보편요금제를 '가이드라인'처럼 따라가기보다 소비자가 진짜 원하는 것에 무게 중심을 둬야 한다. 소비자 요구에 빠르게 대응하고 진정성을 보여주며 신뢰를 회복하는 게 먼저란 얘기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