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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달에 갈 것입니다. 더 싸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말이죠. 경진대회를 통해 달에 가기 위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려내고, 그 아이디어를 낸 이들을 달에 데려다줄 계획입니다. 바로 ‘문레이스(moon race)’입니다.”

독일 브레멘에서 1일(현지시간) 열린 국제우주대회(IAC) 현장. 유럽 에어버스 측의 이 같은 문레이스 계획이 최초로 발표되자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나왔다. 대기업만 참여할 수 있었던 달 탐사 사업이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까지 확대되는 계획이다.

문레이스는 내년 초부터 아이디어를 받는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에어버스, 유럽우주기구(ESA) 등 주최 측으로 구성된 심사위원은 달 자원 활용, 달과 관련한 에너지 개발, 달 생태계 개발 등 제출된 아이디어를 검토한다. 총 5년에 걸쳐 아이디어에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가능한 사업이라고 판단되면 선정한다. 아이디어가 선정된 사람들은 2024년 팀을 꾸려 달에 가게 된다.

올해로 69회를 맞은 이번 IAC에서는 달 탐사·연구와 관련한 토론 및 발표가 가장 주목받았다. 화성 테라포밍(terraforming·지구화) 등 화성을 중심으로 한 연구가 시들해지면서 다시 달 탐사에 관심이 쏠리기 시작한 것이다. 국제우주탐사협력그룹(ISECG)이 지난 1월 새 우주탐사 로드맵을 제시하며 새 우주정거장인 ‘루나 오비탈 플랫폼 게이트웨이(Lunar Orbital Platform Gatway·LOP-G)’ 도입을 강조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ISECG에는 한국도 참여하고 있다.
독일 브레멘에서 1일(현지시간) 열린 제69회 국제우주대회(IAC)에서 참석자들이 각국 우주기관 및 우주항공회사의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윤희은 기자
독일 브레멘에서 1일(현지시간) 열린 제69회 국제우주대회(IAC)에서 참석자들이 각국 우주기관 및 우주항공회사의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윤희은 기자
이날 열린 주요국 우주기관장의 우주개발 발표회 최대 주제도 ‘달’이었다. 짐 브라이덴스타인 미국항공우주국(NASA) 국장은 ‘달에 돌아간다’는 표현은 쓰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1972년 아폴로 17호가 마지막으로 달을 밟은 뒤 40년 넘게 달에 간 인류가 없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더 혁신적이고 새로운 방식의 달 착륙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암시하며 내놓은 말이다.

브라이덴스타인 국장 등 우주기관장들은 획기적인 달 탐사를 위해 더 많은 이가 이 연구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LOP-G를 통해 많은 국가와 기업이 국제적인 협력 아래 달 탐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브라이덴스타인 국장은 “달 탐사 연구 속도를 더 높이려면 새로운 우주사업자와 연구자가 더욱 필요하다”며 “LOP-G의 이용 및 정보제공 서비스를 개방해 많은 이가 우주사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얀 워너 ESA 국장은 달에 거주하는 ‘문빌리지(moon village)’를 구성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는 “여러 국가가 LOP-G를 버스정류장처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등 관련 참여자를 더 늘려야 한다는 것이 주요 우주국의 공통적 의견”이라고 밝혔다. 실뱅 라포르테 캐나다우주기구(CSA) 국장도 “효과적인 우주 개발을 위해서는 일반 대중이나 기업, 기관의 참여가 더 늘어야 한다”고 가세했다.

이날 중국은 아시아 최초의 달 착륙 계획을 발표했다. 장커제 중국우주기구(CNSA) 국장은 2020년 예정된 달 탐사 계획을 설명하면서 국제적 관심과 협력을 요청했다. 장 국장은 “내년 발사할 예정인 창어 5, 6호가 달에서 흙과 월석을 채집해 돌아오면 이 중 10㎏을 여러 우주기관에 공개해 연구결과를 공유하겠다”고 선언했다.

IAC는 세계에서 행사 규모가 가장 큰 우주대회다. 우주산업의 미래를 한눈에 가늠할 수 있는 이정표 역할을 한다.

브레멘=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