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가상화폐교환협회가 눈길을 끄는 통계를 내놨다. 지난해 일본 가상화폐 거래 규모가 69조엔(약 680조원)으로 집계됐으며 이 중 상품이나 서비스 구매를 목적으로 한 거래가 20%에 달한다는 내용이었다. 지방자치단체와 대학 등이 식당이나 가게에서 가상화폐를 쓸 수 있게 하면서 가상화폐 현물거래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다는 분석이다.

일본과 달리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가상화폐를 받는 점포가 하나둘 등장하고 있지만 대부분 가게 홍보가 목적이다. 세계 비트코인 사용처를 지도 형태로 보여주는 코인맵에 따르면 27일 서울에서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는 매장은 66곳에 불과하다. 비트코인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발표한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 역시 코인을 통한 상품 매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세계 비트코인 거래의 25%를 차지했을 만큼 가상화폐에 관심이 많은 나라지만 현물시장 발달은 다른 나라보다 더디다. 가상화폐를 들고 있어도 마땅히 쓸 곳이 없다는 얘기다. 정부가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를 ‘투기 수단’으로 간주하고 단속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가상화폐의 미래에 대한 전문가 의견은 둘로 갈린다. 화폐 가치의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어 전통 화폐를 대체하기 힘들다는 견해와 실제로 쓰이는 화폐인 만큼 실체를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다. “가상화폐가 금보다 안정적”(스티브 워즈니악 애플 공동창업자)이란 낙관론부터 “쥐약을 쌓아놓은 것처럼 위험한 일”(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란 비관론이 함께 쏟아지고 있다.

국내에선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안정성이 떨어지고 사회적, 생산적 기능이 하나도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사회적 문제가 커지면 ‘불법’으로 단속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가상화폐의 미래를 낙관하긴 어렵지만 규제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온라인에서 결제하려는 수요가 가상화폐를 만들어냈다”며 “이런 수요가 없어지지 않는 한 가상화폐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변동성이 크다고는 하지만 엄연히 자산 가치가 있는 지급 수단”이라며 “자본시장 틀에 편입해 관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