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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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얼 음악 플랫폼을 앞세워 2022년 음악 시장 1위에 오르겠습니다.”

김훈배 지니뮤직 대표(사진)는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사옥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지니뮤직은 지난 7월 CJ디지털뮤직이 운영하는 엠넷닷컴과의 합병을 발표했다. 절차가 마무리되는 10월에는 음악 서비스업체에 음원을 판매하는 도매 유통 분야에서 35%의 점유율로 1위에 올라선다. 합병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변신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연내 기존 빅데이터 분석에 환경, 장소 분석까지 결합해 음악을 추천하는 하이브리드 큐레이션을 도입한다.

CJ의 막강한 영상 콘텐츠를 지니뮤직에 결합하고 내년 3월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에 맞춰 홀로그램 콘텐츠도 늘릴 계획이다.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의 변화를 주도하는 비주얼 음악 플랫폼을 앞세워 2022년 명실상부한 음원 서비스업계 1위로 도약하는 게 목표다.

1990년대 후반 스마트폰이 상용화되기 전부터 KT에서 무선인터넷 사업을 경험했던 김 대표는 2011년 스마트폰 기반 앱(응용프로그램) ‘지니’를 직접 기획한 주역이다. KT 플랫폼서비스사업단장을 지낸 그는 지난해 6월부터는 대표로 부임해 지니뮤직을 이끌고 있다.

▷2022년 음악 플랫폼 업계 1위에 오르겠다는 비전을 내놓았습니다.

“지금 가입자 증가 속도를 보면 3년 정도 시간이면 업계 1위에 오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지니뮤직의 역량, 주주사인 KT, LG유플러스와의 협력 관계, CJ디지털뮤직과의 합병 효과 등을 감안하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목표입니다. 사용자 규모 측면에서는 2021년에도 1위에 오를 수 있습니다.”

▷비주얼 음악 플랫폼이란 표현을 사용하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유튜브 등이 인기를 끌면서 음악을 보면서 청취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새로운 노래가 발표되면 일단 뮤직비디오를 먼저 보고 같은 음악도 여러 가지 영상 버전으로 즐기고 있습니다. 지니뮤직은 우선 엠넷닷컴의 음원, 영상물, 오리지널사운드트랙 등을 결합할 예정입니다.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까지 완료할 생각입니다. 내년에는 5G 이동통신도 시작됩니다. 여기에 맞춘 홀로그램 등의 콘텐츠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음악 시장에서 인공지능(AI), 빅데이터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지니뮤직은 빅데이터 기반의 개인화를 거의 끝마쳤습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환경, 장소의 개념까지 적용하는 일입니다. 음악을 들을 때 항상 좋아하는 곡만 찾게 되지는 않습니다. 비가 온다든지,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든지, 차로 드라이브를 한다든지 주위 환경에 따라 감성도 달라집니다. 취향 분석 기반의 개인화에 환경, 장소 요소를 더하는 하이브리드 큐레이션 서비스를 연말까지는 선보일 예정입니다.”

▷10월 CJ디지털뮤직과 합병하는데 어떤 시너지 효과를 기대합니까.

“음악 시장은 음원 유통과 서비스 플랫폼 두 가지 시장으로 나뉩니다. 도매와 소매의 개념이라고 볼 수 있죠. 합병을 완료하면 음원 유통, 즉 도매시장 점유율이 35% 수준까지 올라갑니다. 업계 1위였던 멜론(33%) 이상 수준입니다. 지금까지 1위 사업자에 끌려가던 시장 환경에서 벗어나 유통파워를 낼 수 있게 됩니다. CJ그룹은 콘텐츠를 잘 만드는 회사이고 지니뮤직은 고객을 모으고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 장점이 있습니다. 앞으로 아이돌을 키우는 CJ의 프로그램에 지니를 결합해 투표하게 하고 팬들과 소통하는 등 다양한 협력이 가능합니다. ‘1+1’이 2가 아닌 5 이상의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합니다.”

▷통신사들이 내년 3월 5G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음원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봅니까.

“5G를 얘기할 때 흔히 빠른 속도를 강조하지만 초저지연, 초연결도 중요한 특징입니다. 초연결 시대가 되면 자동차, 가전 등 다양한 디바이스에 쉽게 음악 서비스를 붙일 수 있게 됩니다. 심지어 선풍기에서도 음악이 나올 수 있죠. 재규어 랜드로버 등 자동차 회사와도 지니뮤직을 접목하기 위한 테스트를 하고 있습니다. 통신망 접속 대기 시간을 최소화하는 초저지연의 특징을 살리면 음악 큐레이션 서비스도 더 발전할 수 있습니다.”

▷내부 연구개발(R&D) 인력 규모는 얼마나 되나요.

“지난해 지니뮤직에 다시 합류하면서 가장 강조한 게 기술입니다. AI, 빅데이터, 소프트웨어 개발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좋은 인재를 꾸준히 늘렸습니다. 현재 40여 명의 엔지니어가 있는데 과거 KT뮤직 시절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규모입니다. 요즘 AI 스피커로 음악을 듣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데 지니뮤직은 수년 전부터 다양한 기기에 음악 서비스를 붙일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를 개발해왔습니다. LG유플러스가 네이버와 제휴해 AI 스피커를 내놓을 때도 네이버뮤직과 동등한 위치에서 지니뮤직을 가장 먼저 붙일 만큼 업계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음악 서비스 적용 대상이 가전, 자동차 등으로 확장되면서 제휴처를 확대하는 게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5G 시대 오픈된 환경에 맞춰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케팅 측면에서는 지니뮤직의 브랜드 가치를 고객에게 더 많이 알려야 하는 게 숙제입니다. AI 스피커를 샀을 때 여러 음악 서비스 중 어떤 서비스를 쓸지 골라야 하는데 그때 지니뮤직을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다행히 지니뮤직은 브랜드 인지도, 음악 스트리밍 횟수 등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음악 시장이 포화됐다고 하지만 지니뮤직은 스트리밍 횟수가 3년 전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늘었고 지난해 연간 순방문자도 34% 증가했습니다.”

▷음악 시장을 영상 분야까지 넓혀서 보면 유튜브의 위세가 대단합니다.

“유튜브의 음악 서비스 성장은 역차별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정부 규제가 국내 사업자에만 적용되고 해외 사업자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면서 역차별 요소가 커지고 있습니다. 예컨대 국내 사업자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면 올해는 수익의 60%, 내년에는 65%를 저작권자에게 줘야 하지만 유튜브는 조회 수에 따라 광고 모델로 저작권자에게 대가를 주고 있습니다. 실제 플레이 숫자에 비하면 저작권자가 가져가는 돈이 현저히 적은 수준이죠. 게다가 무료로 음악을 듣는 유튜브 방식이 시장에 영향을 주면 무료 음원이 판치던 MP3 시절로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시정된다면 유튜브도 좀 어려워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글로벌 기업인 구글, 애플과 경쟁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습니다. 대책이 있습니까.

“구글이 유튜브 레드, 유튜브 뮤직 등을 서비스하고 있지만 한국의 음악 소비 행태와는 조금 맞지 않는 측면이 있습니다. 아이돌 중심의 팬층, 순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 이들 모두를 만족시키는 일에는 지니뮤직이 더 경험이 많고 충분히 자신감도 있습니다. 유튜브의 영향력이 음악, 영상은 물론 검색 분야까지 확장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5G 시대 인터넷에 연결되는 기기가 늘어나면서 음악 같은 전문 앱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겁니다. 지니뮤직은 이 분야에서 강자가 될 수 있습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