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의 리베이트 관행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광동제약의 리베이트 수사를 계기로 제약 리베이트 수사가 영업뿐 아니라 마케팅 등 전방위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광동제약은 지난 11일 광고비 집행과 관련해 불법 리베이트를 수수한 혐의로 압수 수색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광동제약 임직원이 특정 광고 대행사에 광고를 맡기는 대가로 수억원의 상품권과 현금을 받은 정황을 포착했다. 리베이트 규모는 10억원 상당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회사 고위층이 업체 선정과 리베이트 수수 과정에 관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서울 서초동 광동제약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관련 회계장부 등 문서와 하드디스크 파일을 확보했다. 뒷돈 형태로 돌려받은 금품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것이 아닌지 전현직 임직원을 조사하고 증거물을 분석 중이다.

이 과정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던 광동제약 창업주인 고(故) 최수부 회장의 사위 이강남 광동한방병원 이사장이 12층 건물에서 투신하는 일도 벌어졌다. 광동제약 측은 “퇴직한 광고 담당자의 개인 일탈 행위로 당사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제약업계는 광동제약 리베이트 의혹이 불거지면서 우려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리베이트는 의사, 약사 등 의료인을 상대로 영업 현장에서 주로 발생해왔다.

이번에는 광고대행사를 상대로 한 것이어서 성격이 다르다. 광동제약은 비타500, 삼다수 등 제약사업보다 식음료사업 비중이 높다. 광동제약의 올 1분기 의약품 매출은 1100억원인 데 비해 식품 매출은 2200억원으로 두 배 많았다. 광고비 지출도 국내 제약사들보다 많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제약업계 전체의 신뢰가 다시 흔들리게 됐다”며 “의약품 마케팅 전반이 위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