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링크체인' vs 카카오 '클레이튼'… 블록체인 플랫폼 전쟁
정보기술(IT)업계의 오랜 숙적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이번에는 블록체인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맞붙는다. 네이버는 자회사 라인이 개발한 블록체인 ‘링크체인’으로, 카카오는 자회사 그라운드X에서 운영하는 블록체인 ‘클레이튼’을 통해서다.

링크, 비트박스 통해 분배 시작

라인이 지난 4일부터 발행한 링크는 라인 계열의 플랫폼 이용에 활용할 수 있는 보상형 토큰이다. 라인 서비스 이용을 통해 확보할 수 있다. 이렇게 모은 토큰은 다시 라인 계열 플랫폼에서 각종 콘텐츠 구매, 게임, 가상화폐 거래 등을 할 때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링크의 총 발행 규모는 10억 개다. 사용자 보상용 8억 개, 발행처인 라인테크플러스 보유용으로 2억 개를 나눠 갖는다.

굳이 라인 플랫폼이 아니어도 링크체인 기반 플랫폼이라면 누구나 링크를 활용할 수 있다. 예컨대 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링크체인을 기반으로 웹툰 플랫폼을 개발했다면 해당 플랫폼에서 웹툰을 대여하는 데 기존 사이버머니 대신 링크를 활용하면 된다. 이렇게 될 경우 이용자 입장에서는 웹툰 플랫폼에서뿐 아니라 라인 플랫폼 및 링크체인 기반 다른 플랫폼에서도 폭넓게 본인이 보유한 포인트를 활용할 수 있어 이득이다.

라인은 가상화폐공개(ICO)를 거치지 않고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박스’를 통해 분배·거래하는 방식을 택했다. 한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ICO는 개발 자금이 필요한 가상화폐 개발팀에서 향후 만들고자 하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공개하고, 이에 대한 투자를 받는 개념”이라며 “이미 자금이 있고 거래할 만한 가상화폐 거래소도 존재하는 라인으로서는 특별한 ICO가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ICO에 대한 금융시장의 부정적인 견해가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라인은 우선 오는 30일까지 비트박스 이용자 전원에게 자기 거래를 제외한 총 거래량의 0.1%에 해당하는 링크를 지급한다. 비트박스에서 무료로 분배되는 링크 한도는 계정당 일일 1000달러(약 112만원)다. 링크 가격은 비트박스에서 링크 거래를 지원하는 시점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 정해진다. 일단 비트박스는 무료로 지급하는 링크의 최저가치를 5달러(약 5600원)로 책정한 상황이다.

라인은 최근 링크체인 기반 디앱(DApp·분산형 애플리케이션)인 ‘4CAST’도 선보였다. 미래에 발생할 특정 이벤트에 대한 질문을 주고 이용자는 이에 대해 답을 한다. 시간이 지나 정답인 것이 확인되면, 그에 대한 보상으로 토큰을 지급한다. 축구나 야구 같은 스포츠 게임부터 일기 예보와 관련한 것까지 다양한 퀴즈가 공개돼 있다.
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가 지난 3월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카카오 3.0 시대 선언’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블록체인 사업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가 지난 3월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카카오 3.0 시대 선언’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블록체인 사업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카카오, 10월 클레이튼 공개

카카오 역시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을 앞세워 대응에 나섰다. 카카오는 이용자에게 보상형 가상화폐를 지급하는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을 오는 10월 공개한다. 보상형 가상화폐의 이름은 ‘클레이’다.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찰흙(clay)에서 모티브를 얻어 정한 이름이다.

클레이는 카카오 기술을 기반으로 한 보상형 토큰이다. 카카오톡 내 ‘선물하기’ 기능을 이용하거나 이모티콘 구매, 카카오페이 결제 등을 통해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얻은 클레이는 클레이튼 기반의 디앱에서 사이버머니처럼 활용할 수 있고, 상장된 거래소에서 거래할 수도 있다. 클레이튼을 기반으로 조성된 플랫폼이 다양하게 등장한다면 이 플랫폼과 카카오 계열 플랫폼 사이에서도 장벽 없이 클레이를 활용할 수 있다.

카카오는 블록체인 네트워크 속도를 높이는 것이 클레이튼의 성공 여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는 “현재 블록체인은 기존 기술들과 비교해 속도 효율이 여전히 떨어진다”며 “완전한 탈중앙화는 포기하더라도 당장은 속도와 운영효율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단 카카오는 기존 인터넷과 비슷한 속도로 클레이튼을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는 클레이튼·클레이의 범용성을 높이기 위해 개별 카카오톡 ID에 전자지갑을 연동하는 방식도 검토 중이다. 카카오톡이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것을 감안했을 때 해당 계획이 성공한다면 클레이튼과 클레이 이용자는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카카오는 구체적인 클레이 발행량 및 거래소 상장 계획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카카오가 관계사 두나무를 통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최초 상장 거래소로 업비트가 유력하다. 카카오는 내년 1분기에 클레이튼의 메인넷(차세대 블록체인 플랫폼)을 선보인다. 메인넷은 해당 블록체인 기술이 얼마나 신뢰할 만한지를 판가름하는 기술적 지표이기도 하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