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서비스가 대중화하면서 세계 곳곳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서고 있다. 사진은 삼성SDS 데이터센터. /삼성SDS 제공
클라우드 서비스가 대중화하면서 세계 곳곳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서고 있다. 사진은 삼성SDS 데이터센터. /삼성SDS 제공
10년 전만 해도 직장인과 대학생의 필수품이던 USB 메모리. 수십만원에 이르던 128기가바이트(GB) 제품이 2만~3만원대까지 떨어졌지만 요즘은 사는 사람은커녕 쓰는 사람 보기도 쉽지 않다.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무료 저장소가 대중화하면서 USB 메모리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용자가 가장 많은 ‘구글 드라이브’와 ‘네이버 클라우드’는 각각 15GB, 30GB의 저장공간을 무료로 제공한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도 가입자 인증만 하면 20~32GB의 클라우드 저장공간을 공짜로 준다.

◆20~30대 절반이 클라우드 이용

세계 정보기술(IT)업계의 격전지로 떠오른 클라우드는 대중에게 더 이상 ‘뜬구름’ 같은 미래 기술이 아니다. 이미 생활 곳곳에 파고들었고 앞으로 더 많은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IT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인터넷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 이용자 중 클라우드 서비스를 쓰는 사람의 비중은 2013년 13.8%에서 해마다 늘어 지난해 28.1%를 기록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51.0%)와 30대(42.9%)의 이용률이 가장 높다. 활용 목적은 자료·정보 관리(70.8%), 일정·연락처 등 동기화 관리(49.8%), 멀티미디어 콘텐츠·스트리밍 재생(49.2%), 문서 편집(21.3%) 등의 순이다.
공짜 클라우드에 수백 GB 데이터 보관… 아직도 USB 들고 다니세요?
클라우드는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소비하는 방식도 많이 바꿔놨다. CD를 구입해 컴퓨터에 깔던 과거 방식 대신 클라우드에 올라 있는 소프트웨어에 인터넷으로 접속해 월 이용료만 내고 쓰는 정기구독(subscription)이 대세다. 초창기엔 이런 사업모델이 “과연 되겠느냐”는 시선이 많았으나 클라우드 서비스는 IT업계의 매출 효자로 떠올랐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클라우드용 소프트웨어인 ‘오피스365’는 세계 이용자가 3000만 명에 육박했고, 한국 가입자도 40%가량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크로뱃’과 ‘포토샵’으로 널리 알려진 어도비는 전체 매출에서 정기구독 방식 비중이 84%에 이른다.

◆업데이트·서버 폭주 사라져

이용자를 짜증나게 하는 서버 다운이나 업데이트 과정을 줄이는 데도 클라우드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지도 앱(응용프로그램) ‘카카오내비’는 이동경로 정보만 그때그때 내려받는 클라우드 방식을 채택해 전체 지도를 주기적으로 다운로드하는 불편함을 없앴다.

국내 3대 연예기획사인 SM, YG, JYP엔터테인먼트도 클라우드를 선도적으로 활용한 사례로 꼽힌다. 이들이 클라우드에 눈을 돌린 건 K팝 한류가 본격화한 5년 전께부터다. 새 앨범이 나오는 날 해외 각국에서 평소의 수천~1만 배에 이르는 트래픽이 몰려 자체 서버로는 감당하기 어려워진 영향이 컸다.

클라우드업계 관계자는 “연예기획사들은 아마존, MS, 구글 등의 클라우드를 혼용하고 있다”며 “트래픽의 예측 불가능 문제를 해결하고 비용 절감 효과도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성수기와 비성수기의 트래픽 격차가 큰 인터넷 쇼핑몰과 게임업체 역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는 추세다.

◆서버, 데이터센터 줄이는 기업들

데이터 저장을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의 데이터센터에 아예 맡기는 기업도 급속히 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달 국내 항공업계 최초로 예약·발권·수송 등 전체 운영시스템을 자체 서버에서 외부 클라우드로 통째 옮겼다.

미국 씨티그룹은 클라우드를 대대적으로 도입하면서 2020년까지 직원들에게 지급한 PC를 8만 대가량 줄이고, 1만2000대에 이르는 서버를 감축하기로 했다. 영국 바클레이즈은행은 30개에 이르던 기존 데이터센터를 내년까지 4개로 축소할 예정이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