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은 규제 혁신에 따른 인센티브가 없어요. 구호만 거창하고 결과가 나오지 않을 공산이 큽니다.”

"총 대신 데이터로 싸우는 4차 산업혁명 전쟁터… '데이터 주권' 잃을 수도"
정보기술(IT)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전문 로펌인 테크앤로의 구태언 대표(사진)에게 규제 혁신을 전면에 내건 정부의 정책 기조에 대해 묻자 싸늘한 대답이 돌아왔다. 규제 하나를 풀면 두세 개의 새로운 규제가 만들어지는 전례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었다.

정부는 여당, 청와대와 함께 원격의료, 승차공유 등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구 대표는 “규제 혁신을 말하기에 앞서 정부 조직을 어떻게 바꿀지를 먼저 논의해야 한다”며 “일하는 방식이 변하지 않으면 유의미한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검사 출신(사법시험 34회) IT 전문가이자 스타트업 규제 전문가로 꼽힌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컴퓨터수사부, 첨단범죄수사부 등을 거쳤다. 테크앤로 개업 후엔 스타트업들에 무료로 법률 자문을 제공하며 네거티브 입법(금지하는 행위를 열거하고 나머지는 허용)과 규제 개선에 힘쓰고 있다. 최근엔 첨단산업의 규제를 비판한 책 《미래는 규제할 수 없다》를 출간했다.

구 대표는 4차 산업혁명을 “기술과 데이터를 총과 칼 대신 쓰는 강대국들 간 패권전쟁”이라고 정의했다. 국가 차원의 대응이 늦어 ‘데이터 주권’을 빼앗기면 강대국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그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한국에 있는 개인정보와 콘텐츠, 돈이 일제히 해외로 빠져나가게 될 것”이라며 “해외 플랫폼과의 연결이 끊어지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좀비국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데이터 주권 이슈와 관련해 꼭 지켜야 하는 분야로 금융과 의료를 꼽았다.

4차 산업혁명 패권전쟁에서 주목해야 할 나라로는 중국을 꼽았다. 중국은 빅데이터산업이 발전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개인정보 규제가 아예 없다. 될성부른 기업은 과감히 밀어준다.

구 대표는 “자전거 공유업체에 정부 땅을 무료로 내주는 나라가 중국”이라며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IT 빅3’ 업체엔 은행까지 허용했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은 부작용이 생기더라도 자국 업체의 체력을 키우는 것을 우선시한다”며 “기업이 특혜를 받는 대신 미국 기업들의 중국 침투를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하라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IT 스타트업들이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규제를 꼽아달라는 질문엔 “개인정보 보호법”이라고 답했다. 지금까지 정부는 자동차번호, 스마트폰 유심번호처럼 추가 조사를 통해 개인의 신분을 파악할 가능성이 있는 비식별 데이터도 함부로 쓸 수 없는 개인정보로 규정해왔다. 정보를 모으는 작업 자체가 불법이다 보니 데이터를 활용한 비즈니스 생태계가 활성화될 수 없었다는 게 구 대표의 설명이다.

구 대표는 “개인을 특정할 수 없는 정보라면 수집과 활용을 자유롭게 허용해야 한다”며 “처벌은 비식별 데이터로 특정 개인의 신분을 확인하려는 시도가 이뤄졌을 때 하면 된다”고 말했다.

글=송형석 기자/사진=김범준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