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샘암은 순한 암이다’ ‘암 치료 후 5년이 지나면 완치된다’ 많은 사람이 암 상식처럼 알고 있는 내용이다. 최근엔 이 같은 편견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국내 갑상샘암 환자가 많이 앓는 유두암은 생존율이 높은 편이지만 역형성암은 평균 생존 기간이 4.2개월에 불과하다. 유방암은 치료 후 5년이 지난 뒤에 재발하는 환자가 비교적 많다. 완치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 이유다. 암과 관련한 오랜 상식을 깨는 갑상샘암과 유방암에 대해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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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두암, 여포암 등 다양한 갑상샘암

갑상샘암은 국내 여성 암 발생률 1위다. 치료 효과가 좋아 흔히 착한 암으로 알고 있지만 암 종류에 따라 생존율이 크게 차이난다. 유두암은 10년 생존율이 95%를 넘지만 역형성암은 평균 생존 기간이 4.2개월에 불과하다. 유두암보다 생존율이 낮은 여포암, 휘틀세포암, 수질암, 갑상샘 림프종 등도 있다.

전체 갑상샘암 중 가장 많은 것이 유두암이다. 암이 생겨도 대부분 갑상샘 기능은 정상이다. 통증이 없고 혹만 생기는 게 특징이다. 주변 림프절로 잘 전이되지만 치료 효과는 비교적 좋은 편이다. 유두암 환자는 45세 이하면 치료 효과가 좋기 때문에 원격 전이가 없는 경우 1기로 구분한다. 10년 생존율은 95%를 넘는다.

갑상샘 여포암은 전체 갑상샘암의 15~17% 정도다. 요오드 결핍 지역에서 환자가 많이 생긴다. 50대에게 흔하고 뼈, 폐, 뇌, 간 등으로 전이된다. 림프절 전이 빈도는 낮은 편이다. 여포암 환자의 15~20% 정도가 림프절 전이 환자다. 가는 침으로 조직을 떼어내는 세침 흡인 검사로는 여포암을 알기 어려워 수술을 받은 뒤 진단되는 환자도 있다. 이 때문에 재수술하기도 한다. 유두암보다 치료 효과는 좋지 않다. 10년 생존율이 80% 정도다.

휘틀세포암은 10년 생존율이 45~80%로 다양하다. 진단이 비교적 어렵다. 환자 10% 정도에게서 림프절 전이가 생긴다. 재발률이 높아 크기가 4㎝ 이상, 45세 이상 남자라면 수술치료를 해야 한다. 갑상샘 수질암은 국내 전체 갑상샘암의 1.2~2.0%다. 유전성 환자가 비교적 많다. 10년 생존율이 75%, 15년 생존율이 10%다.

치료 효과가 가장 나쁜 암은 갑상샘 역형성암이다. 발생률은 1.6% 정도다. 갑자기 암이 생기는 데다 급격히 자란다. 60세 이후에 주로 나타나고 대부분 전이암으로 발견된다. 종양을 완전히 절제하면 오래 살 수 있지만 완전히 절제하지 못하면 평균 4.2개월 정도 생존한다.

◆위험 요인은 방사선 노출

갑상샘암은 건강검진이나 초음파 검사를 통해 우연히 발견된다. 통증 없이 목에 혹이 생겨 병원을 찾았다가 진단받는 환자도 많다. 심하면 암이 진행되면서 신경을 침범해 쉰 목소리나 만성 기침 증상을 호소한다. 암이 식도로 침범하면 음식을 삼키기 어려워진다. 기도를 침범하면 호흡장애를 일으킨다. 갑상샘암은 기본적으로 수술로 치료한다. 원래 암이 생긴 갑상샘과 주위 조직을 완전히 절제하는 것이다. 암이 많이 퍼지지 않은 환자는 암이 생긴 쪽의 갑상샘만 절제하는 수술을 한다. 다만 원격 전이됐거나 두경부에 방사선을 조사한 경험이 있는 경우, 가족 중 갑상샘암 환자가 있는 경우엔 양쪽 갑상샘을 모두 제거해야 한다. 수술은 목 앞쪽을 절개해 시행하는 절개 수술법과 내시경 기기를 이용하는 내시경 수술이 있다. 절제술은 목 앞쪽으로 흉터가 남아 미용상 좋지 않다. 켈로이드 체질이면 수술 후 심한 흉터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이 때문에 내시경 수술을 많이 한다. 이진아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유방·갑상선외과 교수는 “내시경 수술은 겨드랑이 쪽으로 하는 방법과 겨드랑이 및 유륜을 통해 하는 방법 등 다양하다”고 했다. 입속을 통해 갑상샘을 떼어내는 구강경유 내시경 수술도 있다. 수술 외에 요오드 치료, 항암제 치료 등도 활용된다.

갑상샘암은 수술 안해도 되는 착한 癌?… 악성 땐 생존율 희박
갑상샘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위험 요인은 방사선 노출이다. 15세 이전에 방사선을 쬐면 갑상샘암 발생률이 증가한다. 갑상샘 양성 종양, 갑상샘염 등이 있는 사람도 암 위험이 높다. 이 교수는 “초경이 늦을수록 위험도가 커지고 첫 출산을 늦게 할수록 갑상샘암 발생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다”며 “출산 횟수가 많을수록 갑상샘암 위험도가 증가한다”고 했다.

◆10년 지난 뒤에도 재발하는 유방암

암은 대부분 치료한 지 5년이 지나면 완치된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유방암은 재발환자 4명 중 1명 정도가 10년 뒤에 생긴다. 수술 후 15~20년 만에 재발하는 환자도 있다. 이 때문에 유방암은 완치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유방에 종양이 생기는 유방암은 세계 여성 암의 25.2%를 차지한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암 발병률이 줄어들지만 국내에서는 가파르게 환자가 늘고 있다. 여성만 걸리는 암으로 알려져 있는데, 남성 유방암 환자도 매년 70~80명 정도 생긴다.

유방암 생존자는 유방 및 림프절에 재발 암이 생기거나 폐, 간, 뼈, 중추신경계 등으로 전이된 암이 발생하기도 한다. 치료받은 유방의 반대편 유방에 새로운 유방암이 생길 위험도 크다. 특히 유방암 치료를 위해 방사선 치료를 받은 환자는 폐암, 육종암 등의 발생률이 높다. 이 때문에 유방암 환자는 수술과 항암제 치료, 방사선 치료를 마친 뒤 정기적으로 재발 여부를 확인하는 추적 검사를 받아야 한다.

유방암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노출 기간이 길어질수록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일찍 초경하고 늦게 폐경돼 생리 기간이 길어지거나 출산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발생할 위험이 높다. 30세 이후 출산, 모유 수유 경험이 없는 것도 유방암 위험을 높인다. 유방암 위험은 자녀가 한 명 늘어날 때마다 7%씩 감소한다. 자녀가 세 명 이상이라면 유방암 위험은 30% 넘게 낮아진다. 1년간 모유를 먹인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유방암 발생 비율이 평균 32% 낮다.

◆멍울 통해 자가 검진 해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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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에 멍울이 있다면 유방암을 의심해봐야 한다. 환자 상당수는 유방에서 혹이 만져져 병원을 찾는다. 목욕탕에서 때를 밀다가 세신사의 권유로 병원을 찾는 환자도 있다. 유방암 멍울은 단단하고 모양이 불규칙하다. 우상욱 고려대구로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는 “유방암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완치율이 높다”며 “0기는 5년 생존율이 98%를 넘지만 4기는 4%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30세가 넘으면 매달 유방에 멍울이 생기지 않았는지 자가 검진 해봐야 한다. 유방암 예방에 도움되는 것은 비타민D다. 햇볕을 쬐기만 해도 체내에서 저절로 생성된다. 계란 노른자, 등푸른생선, 우유 등에 많다.

bluesky@hankyung.com

도움말=이진아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유방·갑상선외과 교수, 우상욱 고려대구로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