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 SNS에 가짜글 올려 이용자 현혹하고 산 사람 부고도 퍼뜨려
피해사례 늘자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가짜 계정에 적극 대응


온라인상에서 세계 유명인들을 사칭한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가짜 계정'과 이를 근거로 한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국적과 분야를 가리지 않는 가짜 SNS로 피해가 늘어나면서 소셜미디어 업체들도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가짜 SNS 계정 피해자들은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이끄는 박항서 감독부터 자신의 '가짜 부고'를 마주한 그리스 영화 거장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 SNS상의 가짜 조언이 화제를 모은 미국 투자자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등 면면도 다양하다.
박항서·그리스 장관· 버핏도 당했다… 전세계 '가짜SNS' 주의보
박항서 감독은 지난 29일(현지시간)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한국과의 준결승에서 패한 뒤 페이스북에서 그를 사칭한 계정에 수천 건의 댓글이 달리는 해프닝을 겪었다.

경기 직후 박 감독을 사칭한 페이스북 계정에는 "오늘 경기의 책임은 나에게 있다"며 "모든 베트남 팬들에게 사과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에 누리꾼 수천 명이 박 감독을 응원하는 댓글을 올리면서 가짜 계정의 팔로워가 10만 명을 넘어섰으나, 소셜미디어 활동을 하지 않는 박 감독이 축구팬들이 피해를 막으려 페이스북 측에 가짜 계정 삭제를 요청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됐다.

그리스 영화 거장 코스타 가브라스는 SNS상에 유포된 가짜 뉴스 탓에 자신의 부고를 접하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앞서 AP통신 등 일부 외신은 30일 그리스 문화부 장관 트위터 계정을 인용해 가브라스 감독이 85세를 일기로 별세했다고 보도했으나 문제의 계정이 가짜로 밝혀지면서 기사를 전문 취소하는 소동을 빚었다.

세계적인 언론매체도 가짜 SNS에 속아 넘어간 셈이다.

미르시니 조르바 신임 그리스 문화장관의 계정을 사칭한 이 트위터 계정은 가브라스 감독이 별세했다고 발표한 뒤 곧이어 "이 계정은 이탈리아 기자 토마쏘 데베네데티가 만든 가짜"라고 실토했다.

데베네데티 기자는 소셜 네트워크의 취약성을 보여주려 가짜 계정을 개설해 가짜뉴스를 퍼뜨렸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전에도 SNS에서 '해리포터' 작가 JK 롤링,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퇴위한 교황 베네딕토 16세 등의 가짜 부고를 유포한 적이 있다.

'죽었다가 살아난' 가브라스 감독은 이날 그리스 국영 ERT 방송 인터뷰에서 "세계 어디에나 오늘과 같은 가짜뉴스가 존재하고, 이는 즉각적으로 진실이 돼버린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와중에 최근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 중국대사의 영문 이름인 'Cui Tiankai'와 그의 사진을 내건 가짜 트위터 계정이 등장하기도 했다.

문제의 계정에는 만들어진 지 며칠 만에 700여 명의 팔로워가 생겼고 왕셔우원(王受文) 중국 상무부 부부장(차관)과 데이비드 말파스 미 재무부 차관의 무역협상을 앞두고는 "미국을 방문하는 중국 대표단이 무역 회담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길 기대한다"는 추이 대사 명의의 글까지 올라왔다.

뒤늦게 이 계정의 존재를 알게 된 주미 중국대사관이 부랴부랴 트위터 측에 계정 폐쇄를 요구하면서 현재는 폐쇄된 상태다.

'오마하의 현인',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미국 투자자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도 가짜 SNS 계정의 피해자였다.

5년 전 개설된 버핏의 실제 트위터 계정은 143만여 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지만. 그는 그동안 자신의 계정에 단 9차례만 트윗을 올렸다.

그러다 지난 27일 버핏의 이름에서 알파벳 't' 한 글자가 빠진 '@warrenbuffet99'라는 가짜 계정에 최소 11건 이상의 트윗이 올라오고, 이용자들 사이에서 리트윗되며 화제를 모았다.

올라온 글은 투자에 대한 조언과는 거리가 먼, 주로 '좋은 사람'이 되는 방법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제는 폐쇄된 이 가짜 계정에 대해 버핏은 30일 CNBC 방송에 출연해 "나는 매년 보고서를 내고 있고 모든 것들에 대해 일상적인 견해를 갖고 있지는 않다"며 "만약 그(사칭자)가 좋은 조언을 올린다면 내가 그 공을 차지할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단순히 트윗 글 몇 개가 자신의 이름으로 퍼진 버핏과는 달리 최근 유명인을 사칭하는 SNS 계정에서 이용자들에게 금전을 요구하거나 가짜뉴스를 퍼뜨려 선거에 개입하는 등 심각한 피해 사례도 많다.

이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 업체들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파문으로 홍역을 치른 페이스북은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에 무려 13억 개에 이르는 가짜 계정을 찾아내 불능 처리했다고 지난 5월 발표한 바 있다.

또 지난달에는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페이스북을 통해 허위 정보와 악성 콘텐츠를 퍼뜨려 선거에 개입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의심되는 가짜 계정과 온라인 페이지 32개를 삭제했다.

10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거느린 페이스북의 자회사 인스타그램도 늘어나는 가짜 계정과 팔로워 등을 걸러내기 위한 3단계 계획을 지난 28일 발표하고 작업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인스타그램은 계정 가입 날짜, 계정이 있는 국가, 공유된 팔로워 등 세부 정보를 해당 계정 소계란에서 볼 수 있도록 업데이트하고 유명인 계정의 실명 검증, 2단계 인증 절차 등을 도입하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