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연구원 기술진이 천리안위성2A호의 본체를 점검하고 있다.  /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항공우주연구원 기술진이 천리안위성2A호의 본체를 점검하고 있다. /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지난 29일 오후 대전 어은동 항공우주연구원. 금색 단열재에 싸인 천리안위성2A호가 이동대에 올려졌다. 이동대가 기존 실험실에서 벗어나 향한 곳은 액체나 가스 누출 여부를 파악하는 또 다른 실험실. 밀폐공간에서 실험이 시작되자 연구원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돌았다. 실험은 30일까지 반복됐다. 결론은 ‘이상 없음’. 천리안위성2A호의 기술 점검이 완료되는 순간이었다. 남은 건 발사뿐이다.

◆2분마다 태풍 이동경로 확인

천리안위성2A호는 2010년 6월 발사한 천리안 1호(통신해양기상위성)의 대를 잇는 인공위성이다. 2020년께 수명이 끝나는 천리안 1호를 대신해 기상과 우주를 관측한다. 2011년 7월 개발에 들어간 이후 투입된 비용만 3252억원에 달했다. 본체 크기는 궤도상에 진입했을 때 기준으로 3.0m×9.1m×4.6m이고 수명은 10년이다.

8년 만에 쏘아올리는 인공위성인 만큼 천리안 1호보다 개발·제작·기능 측면에서 많은 것이 진화했다. 개발 과정에서 해외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았다. 천리안 1호는 프랑스의 에어버스와 협력해 개발 및 제작했다. 천리안위성2A호는 기본장비인 탑재체만 미국의 해리스사에서 수입했을 뿐 이후 제작 과정은 모두 국내 연구진의 손을 거쳤다.

천리안위성2A호의 가장 큰 강점은 고화질 촬영과 빠른 전송·관측 기능이다. 천리안 1호는 관측한 기상 현황을 15분 뒤에야 전송할 수 있다. 천리안2A호는 촬영하고 나서 3분 만에 기상청과 항공우주연구원으로 영상을 송출한다. 연구진은 이를 위해 초고속 방송배포채널을 추가했다.

항공우주연구원은 기상예보 방송에 천리안2A호의 관측 영상을 폭넓게 활용하려고 고성능 탑재체를 자체 개발했다. 공간해상도가 4배로 늘어나 고화질 영상을 촬영이 가능하고, 산출할 수 있는 영상은 기존보다 3.5배 늘었다.

최재동 항공우주연구원 위성연구본부 정지궤도복합위성사업단장은 “천리안2A호 수준의 고성능 탑재체를 자체 개발할 수 있는 국가는 미국 일본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관측 영상을 배포할 수 있는 채널 수는 16개로 늘었다. 천리안1호가 소화할 수 있는 채널 수(5개)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 지역 관측은 시간당 12회다. 기존 30분에서 2분마다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된다. 2분마다 태풍 이동 경로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주로 감시하는 것은 태풍과 폭설, 집중호우, 안개, 황사, 구름, 강수, 해빙, 우주기상, 뇌우 등이다.

◆내년 해양·환경 관측위성도 발사

천리안위성2A호의 발사 시기는 오는 12월이다. 발사장은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 쿠루우주센터. 적도 근처인 북위 5도로 정지궤도 발사에 유리하며, 발사 가능 각도가 102도에 달해 저궤도 발사도 할 수 있다.

발사는 프랑스의 아리안스페이스가 맡는다. 이 회사의 ‘아리안5’ 로켓에 실려 인도의 다른 위성과 함께 발사될 예정이다. 항공우주연구원은 10월 초 천리안위성2A호를 쿠루우주센터로 보내 최종 점검한다.

성공 확률은 높은 편이지만 당일 기상요건에 따라 변수가 생길 수 있다. 최 단장은 “쿠루우주센터는 폭풍으로 인한 피해가 없을 정도로 입지 조건이 좋은 편이나 발사 당일의 기상상황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발사체 10㎞ 이내에 번개가 치지 않아야 하고, 이륙 후 발사대 10㎞ 이내의 6500m 고도 너머까지 대류운이 없어야 하는 등 복잡한 기상조건이 전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항공우주연구원은 내년 하반기 천리안위성2A호의 ‘쌍둥이 형제’인 천리안위성2B호를 발사할 예정이다. 천리안2A호와 같은 본체를 쓰며 생김새도 같다. 다만 탑재체에는 해양 및 환경오염, 대기물질을 감시·관측하는 부품이 실린다.

대전=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