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시작되는 독감백신 접종부터 세 살 이하 영유아도 4가 백신을 맞을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GSK와 사노피파스퇴르 4가 독감백신의 영유아 접종을 허용하면서다. 4가 독감백신은 A형 바이러스 2종과 B형 바이러스 2종 등 4가지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다. 기존에 접종하던 3가 백신보다 예방 범위가 넓다. 그러나 생후 6개월에서 12세 어린이가 무료로 맞을 수 있는 독감백신은 3가만 해당된다. 4가 백신을 접종하려면 비용이 든다. 올초 백신을 맞았는데도 독감에 걸린 환자가 늘면서 4가 백신의 효용 가치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3세 이하 영유아 잡아라"… 4가 독감백신 격돌
◆영유아 시장에도 4가 백신 경쟁

올해 독감백신 시장에서는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4가 백신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그동안 생후 6개월부터 36개월 미만 영유아는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해 접종이 불가능했는데 새로운 시장이 열리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 4월 GSK의 플루아릭스테트라가 4가 독감백신 중 최초로 식약처의 영유아 적응증을 획득했고 6월 사노피파스퇴르의 박씨그리프테트라주도 영유아 접종을 승인받았다. 국내 제약사 중에서는 GC녹십자가 지난해 영유아를 대상으로 GC플루쿼드리밸런트의 임상시험을 해 최근 허가를 신청했다. 다음달 승인을 받고 올가을부터 영유아에게 접종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SK케미칼은 내년까지 스카이셀플루4가의 임상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백신제조사들은 성인을 대상으로 허가를 받은 뒤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 노인을 대상으로 시장을 확대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영유아를 상대로 한 백신 임상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고 안전성 문제로 어려움이 많아서다. 아픈 환자가 대상인 일반적인 임상과 달리 건강한 영유아가 대상이어서 모집이 쉽지 않다. 부작용이 나타나면 생명이 위험할 우려가 있고 임상에서 백신을 맞지 못하는 대조군에 선정될 경우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영유아까지 적응증을 넓히는 이유는 성인보다 접종률이 높고 여러 차례 접종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생후 6개월~35개월 미만 영유아 105만8939명 중 93만574명(87.9%)이 독감백신을 접종했다. 국가필수예방접종(NIP) 사업에 포함돼 무료 접종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높은 수치다.

◆비용 대비 효과는 의견 분분

백신제조사들은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는 예방 효과가 높은 4가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유행할 B형 인플루엔자바이러스를 잘못 예측해 예방 백신과 바이러스의 차이가 생기는 미스매치 현상이 최근 늘고 있다는 점에서다. 3가 백신은 B형 바이러스를 한 종류만 포함하고 있어 바이러스의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

업계에서는 추가 비용을 들여 4가를 접종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의약품청(EMA)도 3가 대신 4가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을 권장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백신을 맞아도 독감을 100% 예방할 수는 없다. 사노피파스퇴르가 영유아 5400명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임상 연구 결과에 따르면 4가 독감백신인 박씨그리프테트라주는 독감을 68.4%까지 감소시켰고 모든 A형 및 B형 인플루엔자바이러스에 대해서는 50.98%까지 감소시켰다. 사노피파스퇴르 관계자는 “독감 바이러스의 변이가 일어나고 사람마다 차이가 있어 4가 백신이더라도 독감을 완전히 예방할 수는 없다”며 “다만 3가보다는 독감에 걸릴 확률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백신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