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대전 본원에서 22일 열린 ‘인공지능(AI) 월드컵 2018’ 결승전에서 중계진이 컴퓨터상의 경기 화면을 보며 해설하고 있다.  /윤희은  기자
KAIST 대전 본원에서 22일 열린 ‘인공지능(AI) 월드컵 2018’ 결승전에서 중계진이 컴퓨터상의 경기 화면을 보며 해설하고 있다. /윤희은 기자
22일 오후 1시30분 대전 KAIST 학술문화관. 휘슬 소리와 함께 0부터 4까지 숫자가 적힌 원형 아이콘들이 축구공을 향해 달려들었다. 파란색이 다섯 개, 빨간색이 다섯 개였다.

경기 초반부터 파란색 아이콘의 ‘AFC 위슬(WISRL)’이 우위를 점했다. 순식간에 네 골을 넣으면서 경기를 주도했다. 후반전 들어서는 빨간색 아이콘의 ‘팀 시트(Siit)’가 반격했다. 6 대 1까지 벌어졌던 점수 차를 6 대 4로 좁혔지만 더 이상 골이 나오지 않았다. AFC 위슬의 승리였다.

이날 아이콘 간 축구게임은 KAIST가 세계 최초로 연 ‘인공지능(AI) 월드컵 2018’ 결승전이었다. AI 월드컵엔 한국 미국 브라질 중국 이란 등 총 12개국에서 23개 팀이 출전했다. 20일부터 사흘 동안 실제 월드컵과 같은 토너먼트 방식으로 1~4위를 가렸다. 1~2위는 KAIST 학생들로 구성된 한국 팀이, 3위는 중국 팀, 4위는 대만 팀이 차지했다.

AI 월드컵은 컴퓨터상의 가상 운동장에서 전·후반 각 5분에 걸쳐 열렸다. 미리 만들어 둔 AI 프로그램을 적용한 뒤 사람이 개입하지 않은 채 자동으로 치러졌다.

우승팀인 AFC 위슬을 이끈 김우준 씨(28)는 100% 머신러닝(기계학습) 기술을 도입해 아이콘이 지속적으로 축구경기를 학습하도록 프로그램을 짰다.

머신러닝이 아니라 입력해 둔 명령어에 의존하는 ‘룰 기반’ 프로그램으로 참여한 팀도 많았다. 경기를 본 뒤 자동화 방식으로 기사를 작성하는 ‘AI 기자’ 부문 우승자 주동규 씨(23)도 룰 기반 프로그램을 적용했다. 주씨는 “기존 스포츠 기사들을 참고해 특정한 상황에서 적합한 문장을 스스로 찾아 기록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대회를 주관한 김종환 KAIST 공과대학장은 “기술성과 오락성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행사를 고민하다가 AI 월드컵을 열게 됐다”며 “빅데이터 등 다른 기술을 활용한 행사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