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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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압수수색한 지 100일이 지나도록 기소하지 못해 혐의 입증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1일 검찰과 암호화폐 업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가 지난 5월10~11일 사기 및 사전자기록 위작 혐의로 업비트를 압수수색한 지 100일이 넘었다. 당시 검찰은 업비트 설립 초기 실제 보유한 것보다 더 많은 암호화폐를 판매한 정황을 포착했다”면서 업비트가 전산을 위조해 부당한 이득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압수수색에서 하드디스크와 회계장부를 확보했지만 여전히 기소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검찰은 기소를 통해 사건 수사를 종결하고 범죄 혐의를 확정해 법원에 심판을 구한다. 아직 기소를 하지 못한 것은 검찰이 주장한 업비트의 범죄 혐의 확인이 여의치 않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기소조차 하지 못해 체면을 구겼지만 강행할 수도 없는 형편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검찰 인사위원회는 먼지떨이식 수사를 하거나 사건을 무리하게 기소했다가 법원에서 무죄가 나올 경우 대검찰청 사건평정위원회에 수사검사를 의무적으로 회부해 책임을 묻기로 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해당 사건은 아직 수사중으로 구체적인 사항을 알려줄 수 없다”고만 했다.

반면 업비트는 무죄를 강력 주장해왔다. 압수수색 당시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이석우 대표는 “보관 중인 암호화폐와 거래소에 있는 암호화폐 종류, 수량이 일치한다고 연초에 유진회계법인으로부터 공증받았다”고 언급했다.

두나무는 이달 3일에도 유진회계법인이 6월 말 실사를 통해 작성한 ‘암호화폐 및 예금 실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업비트는 사용자에 지급해야 하는 암호화폐의 103%, 금전 대비 127%에 달하는 예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확인됐다. 조사는 145종의 암호화폐를 업비트가 실제 보유하는지 검증하고 금융기관에 예금 명세서를 조회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만약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고 있다면 사업 추진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업비트의 경우 압수수색 직후에는 대외 활동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정상 궤도를 밟는 모습이다. 지난달 신규 암호화폐 이오스트(IOST)를 상장했고 다음달 제주도에서 블록체인 개발자 컨퍼런스 ‘UDC 2018’도 개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가 이뤄진 암호화폐를 거래소가 실제 보유했다는 게 증명되면 사기 혐의는 적용할 수 없다. 법정 공방에서도 무죄가 나올 수 밖에 없다”며 “결국 블록체인 업계가 부도덕할 것이란 정부의 편견과 낮은 기술 이해도가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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