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박동이 불규칙한 부정맥 환자는 심장이 멈출 때를 대비해 인공심장박동기나 이식형 제세동기 등 심장에 삽입하는 전기장치(CIED)를 이식합니다. 미국 호주 일본 등에서는 이 기기에서 보낸 수치를 의사가 수시로 확인하면서 환자 상태가 나빠지는지를 확인할 수 있죠. 하지만 한국 환자는 이를 활용할 수 없습니다.”

대한부정맥학회 의사들의 지적이다. 심장은 규칙적으로 뛰면서 온몸에 피를 보낸다. 부정맥은 심장 박동이 갑자기 불규칙해지는 질환이다. 심장이 제대로 뛰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위험이 있지만 언제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지는지는 알기 어렵다. 의사가 수시로 확인하며 위험 상황을 알리면 목숨을 살릴 수 있다. 이 때문에 CIED를 삽입한 환자 데이터를 의사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은 수년 전부터 세계 진료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은 예외다. 해외에서 전송 시스템과 함께 판매되는 인체 삽입형 의료기기는 국내로 들어올 때는 전송기능을 떼어버린다. 원격 모니터링 기능을 치료에 활용해도 진료비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막고 있는 국내 의료환경이 환자 생명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에서도 원격진료가 예외적으로 허용됐던 때가 있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다. 보건복지부는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을 환자들이 방문하면 메르스가 더욱 퍼질 수 있다고 판단해 삼성서울병원 등 대형병원 재진 환자를 대상으로 전화처방을 허용했다. 원격진료가 환자들의 불필요한 병원 방문을 줄여 감염병 확산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1930년대에는 환자의 40%가 의료 서비스를 집에서 제공받았다. 지금은 1% 미만의 환자만 가정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는다. 20분간 의사와의 면담을 위해 환자는 120분의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은 우리를 과거로 돌아가게 해줄 것이다.”

심장질환 원격 모니터링 기기… 한국서만 반쪽 된 까닭
스티븐 스테인허블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디지털의학소장의 말이다. 그는 “의료기술과 디지털의 접목은 환자들이 병원을 찾는 불편을 줄여줄 것”이라고 했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진료비도 줄일 수 있다.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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