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게이트의 창업지원센터 오렌지팜에 입주한 스타트업 임직원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스마일게이트 제공
스마일게이트의 창업지원센터 오렌지팜에 입주한 스타트업 임직원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스마일게이트 제공
스마트폰 게임 ‘검은사막 모바일’로 대박을 터뜨린 게임업체 펄어비스. 올 6월 200억원을 들여 펄어비스캐피탈이라는 투자전문회사를 세웠다. 이 자회사 대표에는 스톤브릿지캐피탈,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등 벤처캐피털(VC)에서 투자심사를 맡아온 김경엽 씨를 영입했다. 김 대표는 “게임산업에 한정짓지 않고 여러 산업 분야에서 투자처를 발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게임업체들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투자에 힘을 싣고 있다. 게임업계에서 중소 게임개발회사를 대상으로 한 투자나 인수합병(M&A)은 예전부터 자주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게임과 전혀 관련 없는 이종(異種)산업의 스타트업에도 눈을 돌리고 있어 주목된다.
異種산업 스타트업 투자 나선 중견 게임사들
◆VC·PEF 참여 나선 게임사들

19일 업계에 따르면 게임업체 컴투스는 올 들어 초기 스타트업 전문 투자회사와 사모펀드(PEF) 총 네 곳에 돈을 댔다. ‘벤처 1세대’ 호창성 대표가 이끄는 더벤처스의 지분 2.1%를 취득한 데 이어 스톤브릿지벤처스, 원익투자파트너스, 베이스인베스트먼트가 결성한 PEF에도 수억원씩을 넣었다.

농구게임 ‘프리스타일’로 널리 알려진 중견 게임업체 조이시티는 신생 창업투자회사 라구나인베스트먼트 지분 51%를 사들여 자회사로 편입했다. 조이시티 측은 “인공지능(AI)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전했다.

넵튠은 지난 5월 도티, 잠뜰, 장삐쭈 등 유명 크리에이터(동영상 창작자) 150여 팀이 소속된 다중채널네트워크(MCN) 업체 샌드박스네트워크에 100억원을 투자했다.

게임업계에서 일찌감치 벤처 투자에 두각을 보여온 스마일게이트는 ‘판’을 더 키우고 있다. 2014년 갓 창업한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창업지원센터 ‘오렌지팜’을 열었다. 이달 들어선 오렌지팜 출신 기업에만 투자하는 40억원 규모의 ‘오렌지펀드’를 조성했다. 오렌지팜에는 여행, 음악, 교육 등 게임과 무관한 업종의 입주사가 절반 가까이 된다.

◆성장동력 확보, 투자 차익도

이들 게임업체가 스타트업 투자 영역을 넓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차세대 기술력과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게임에는 AI는 물론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블록체인 등 온갖 기술이 융합되는 추세다. 아울러 e스포츠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하는 게임’ 대신 ‘보는 게임’을 소비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유튜브, 트위치 등의 동영상 서비스에는 게임 전문 크리에이터가 대거 활약하고 있다.

다양한 업종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확대는 중견 게임업체들을 중심으로 활발해지고 있다. 게임업계 ‘빅3’인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는 해외 확장을 위한 게임사 M&A에 주력하고 있어 이런 움직임과는 다소 거리를 두고 있다.

컴투스 관계자는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유망 정보기술(IT)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고 IT 생태계의 건강한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타트업 투자로 ‘잭팟’을 터뜨린 몇몇 게임회사의 사례가 자극제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넵튠은 ‘배틀그라운드’ 개발업체 블루홀의 초창기에 지분 2.35%를 투자해 쏠쏠한 평가차익을 거뒀다. 스마일게이트가 2011년 MVP창업투자를 인수해 간판을 바꾼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는 규모 면에서 국내 정상급 VC 중 하나로 탄탄하게 자리잡았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