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이 바이오기업 연구개발비의 비용 처리를 테마 감리 형태로 ‘압박’하고, 사업 내용 공시를 대폭 강화하면서 바이오업계에서는 후폭풍이 거셀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만성 적자 기업을 양산하거나 자칫 연구개발까지 위축시켜 바이오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차바이오텍 메디포스트 바이오니아 등은 연구개발비 일부를 무형자산으로 잡던 회계처리기준을 바꿔 영업손실로 처리했다. 금융감독원이 상업화 이전 단계에 있는 신약 후보물질의 개발비를 경상비용으로 처리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가이드라인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신약 개발까지 10년이 넘게 걸리는 산업 특성 때문에 만성 적자 기업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는 4년 연속 영업적자를 내면 관리종목에 지정돼 상장폐지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기업은 산업 특성을 고려해 연구개발비를 제외한 영업적자로 관리종목 지정 여부를 판단하도록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오기업의 임상 연구 위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영업적자를 줄이기 위해 수백억원이 투입되는 국내외 임상 연구를 축소하거나 포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바이오기업들이 신약 개발이라는 핵심 사업은 등한시하고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등 부대사업에 집중하는 기현상도 우려된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수익을 내기 위해 부업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바이오산업의 경쟁력이 치명타를 입지 않도록 회계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