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도상국 의료진을 한국으로 초청해 기술을 가르치려 해도 대학병원에서 초청하는 것이 아니면 연수 비자를 받기 어렵습니다. 의료법인 내에 연구소를 지으려 해도 허가를 받기까지 어려움이 많죠.”

국내 의료법인에 근무하는 한 의사는 “대학병원에 비해 의료법인 병원이 받는 차별이 많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의료법인 병원이 해외 진출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역량을 키워 의료기기 등의 제품을 만드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국내에서 의료기관을 세울 수 있는 주체는 의사 개인과 학교법인, 사회복지법인, 종교재단법인 등으로 제한돼 있다. 의료법인은 대부분 동네병원이 성장해 법인화한 곳이다. 의사 개인이 세운 동네병원보다는 규모가 크지만 다른 법인 병원보다 규모가 작은 중소병원이 많다. 2016년 기준 국내 의료법인 소속 병·의원은 1313개다. 개인병원이나 국공립병원을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수다. 그러나 의료법인 병원은 다른 병원보다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의사 개인이 마음대로 여러 사업을 할 수 있는 동네병원, 사학법·사회복지법의 적용을 받는 다른 재단 소속 병원과 달리 의료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의료법인 병원은 비영리라는 틀에 묶여 수익을 낼 수 있는 부대사업이 장례식장 등 14가지로 제한된다. 부대사업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대학병원, 사회복지법인 병원과는 대조적이다. 의료법인 인수합병(M&A)도 엄격히 금지된다. 법인이 망한 뒤에야 지방자치단체에 넘기는 방식으로 경영에서 손을 뗄 수 있다 보니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경영권 일부를 양수 또는 양도하는 편법 M&A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의사 연수 비자 발급받기 어렵고 연구소 맘대로 못세우는 중소병원
의료법인 병원 중에는 특정한 진료 항목에선 대학병원보다 환자가 많은 전문병원도 있다. 이들 전문병원이 가진 의료 데이터나 임상연구 역량은 대학병원에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정부가 지정한 연구중심병원은 대부분 대학병원 몫이다. 중소병원들은 임상연구 결과물을 사업화하려 해도 지원 방안을 찾기 어렵다. 정부가 바이오헬스산업을 육성하려면 좀 더 세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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