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에는 자외선 지수가 높아진다. 전국에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이달 초에는 자외선 지수가 최고치인 9를 기록했다. 자외선 지수는 태양빛 노출 정도를 알려주는 수치다. 0부터 9까지 표시되는데 수치가 7을 넘어섰을 때 30분 이상 노출되면 피부가 붉어지는 홍반 현상이 나타난다. 자외선 노출이 늘면 피부암 위험도 증가한다. 피부암은 주로 야외 활동이 많은 사람에게 생긴다. 야외 활동을 할 때 자외선 자극을 받아 피부 세포가 변하면 암이 될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자외선에 노출된 고령층은 특히 위험하다.

국내 피부암 환자는 전체 암 환자의 2% 정도로 많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발생률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피부암은 겉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환자들이 심리적 고통을 많이 호소한다. 박향준 가천대 길병원 피부과 교수는 “주로 60세 이상 환자들에게 발생하고 야외 활동이 많은 남성 환자가 조금 많은 편”이라며 “하지만 75세 이상 초고령층은 여성에게서 발생률이 더 높다”고 했다. 그는 “피부암을 가장 효과적으로 예방하는 방법은 자외선차단제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여름휴가 다녀온 뒤 몸에 생긴 '검은 점'… 혹시 피부암?
◆종류 따라 증상도 달라

피부암은 크게 기저세포암, 편평세포암, 흑색종으로 나뉜다. 대개는 피부 표면에 작은 덩어리가 점점 커지다 가운데가 가라앉아 궤양과 같은 모양을 보인다. 궤양 표면은 고름으로 된 딱지가 덮여 있고 건드리면 쉽게 피가 난다. 기저세포암은 흔히 점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다. 주로 얼굴 중 코 부위에 자주 발생하며 크기가 작고 검은 색소를 보이기 때문이다. 편평세포암은 기저세포암보다는 크고 주위 조직이 약간 딱딱하다. 얼굴, 손등, 입술 점막 등 신체 모든 부위에 생긴다.

흑색종은 피부 속 멜라닌 색소가 암세포로 변한 것이다. 검은색 병변이 생기고 크기가 다양하다. 점이나 멍으로 혼동해 방치하는 환자가 많다. 한국 등 동양인 환자는 손바닥이나 발바닥, 손발톱 밑에 흑색종이 많이 생긴다. 혹 모양으로 생기는데 얼굴과 목 주변에 주로 생긴다.

피부암이 생기는 초기에는 작은 점이나 멍처럼 보이는 데다 증상이 거의 없어 방치하기 쉽다. 암이 상당히 진행된 뒤 가려움증이나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다. 이유 없이 피부에 검붉은 반점이 생겼으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점의 테두리가 불규칙하고 점점 커진다는 기분이 든다면 피부암을 의심해봐야 한다. 손발바닥과 손발가락, 손발톱 아래 불규칙한 흑색 반점이 생기거나 손발톱에 검은 줄이 생겼을 때도 마찬가지다.

암이 아니지만 피부암이 될 가능성이 높은 병변도 있다. 광선각화증이다. 장기간 햇볕에 노출된 부위에 생기는데 붉은색을 보이고 만지면 건조한 각질 때문에 촉감이 까칠하다. 한 개나 여러 개가 얼굴, 아랫입술, 귀, 팔, 손등 등 노출 부위에 생긴다. 방치하면 편평세포암으로 진행한다.

◆초기에 발견하면 수술 가능

피부암 치료는 크게 수술 치료와 비수술 치료로 나뉜다. 피부암 수술은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개 다른 장기의 암 수술과 달리 국소마취만 한다. 피부암은 출혈이나 감염 등 수술합병증도 비교적 적은 안전한 수술이다. 외래수술로도 치료할 수 있어 장기 입원하는 환자는 거의 없다. 박 교수는 “피부암도 암의 일반적인 치료법인 수술, 항암요법, 방사선요법 등을 모두 활용해 치료한다”며 “다만 다른 암에 비해 국소 부위에 국한돼 커지고, 전이율이 낮고, 항암제에 잘 반응하지 않아 외과적 절제술을 주로 활용한다”고 했다.

수술 결과를 뜻하는 예후는 피부암 종류, 전이 여부, 수술 방법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기저세포암이나 편평세포암은 단순 절제수술로도 완치율이 90% 이상이다. 흑색종처럼 혈관을 타고 다른 장기로 퍼져 전이가 잘 되거나 치료 후 재발이 잦은 악성 종양은 수술 외 다양한 치료를 함께하는 복합요법이 필요하다.

피부암 크기가 작고 겉으로만 살짝 나타났을 때나 암 부위가 매우 넓거나 전이가 있어 수술 치료가 적합하지 않을 때 비수술 치료를 고려한다. 전기치료, 냉동치료, 레이저치료, 박피술, 방사선요법 등의 처치와 약물 치료다. 피부암에는 바르거나 병변 안에 주입하는 국소약제도 활용한다. 레티노이드, 화학요법제, 표적치료제 등도 쓴다.

◆피부암, 자외선 차단제로 예방

피부암이 생기는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 요인과 자외선 노출 등 환경 요인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부가 하얗고 머리카락 색이 밝고 눈이 파란 사람이 오랜 시간 자외선에 노출되면 특히 위험하다. 동양인보다 서양인 환자가 많다. 몸에 점이 많을수록 피부암 발생 위험이 높다.

피부암을 예방하려면 자외선 차단제를 올바른 방법으로 사용해야 한다. 자외선B를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해 차단제를 바를 때는 1㎠의 표면적에 2㎎ 정도를 발라야 한다. 콩알 크기 정도다. 노출 부위에 충분히 바르려면 30mL 정도 필요하다. 외출하기 20~30분 전에 바르고 2~3시간마다 덧발라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제품 표면에 표시된 차단지수를 꼼꼼히 보고 용도에 따라 선택해야 한다. 집 안 등 실내에서 일상생활을 할 때는 SPF20, PA++ 정도면 된다. 야외에서는 SPF50 이상, PA+++ 이상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다만 태어난 지 6개월이 안 된 아이는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것보다 옷 등으로 차단하는 것이 도움된다.

자외선 차단제를 바른다고 해도 자외선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다. 평소 자외선 노출을 줄이도록 신경 써야 한다. 자외선량이 많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에는 외출을 삼가는 것이 좋다. 야외 활동을 해야 한다면 그늘을 잘 활용하고 챙이 넓은 모자, 긴소매 옷, 선글라스를 착용해 노출 부위를 줄여야 한다.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옷을 선택하는 것도 좋다. 집 안에 있어도 유리를 통해 자외선에 노출될 수 있다. 자외선 차단 유리를 선택하는 것도 좋다. 실내나 흐린 날에도 차단제를 발라야 한다.

여름휴가 다녀온 뒤 몸에 생긴 '검은 점'… 혹시 피부암?
박 교수는 “성기부 사마귀 바이러스 감염과 전파를 줄이기 위해 안전한 성생활을 해야 한다”며 “절주와 금연을 실천하면 구강과 입술 부분 피부암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장기이식환자는 레티노이드제를 복용하면 피부암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 하지만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므로 의사 지시를 따라야 한다. 피부색이 하얀 사람이나 가족 중 피부암 환자가 있는 사람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검은 점이 갑자기 생겼거나, 이미 있던 점의 모양과 크기가 변하거나 통증 같은 증상이 생기면 즉시 의사 진료를 받아야 한다.

bluesky@hankyung.com

도움말=박향준 가천대 길병원 피부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