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등 디지털 콘텐츠업체들이 구글의 유통 플랫폼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동에 나섰다. 판매 수입의 30%를 구글이 가져가는 것에 대한 반발이다. 디지털 콘텐츠 시장 판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게임업체 '脫구글' 왜?
◆“구글 수수료 너무 많다”

8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미국 게임사 에픽게임즈는 이달 말 출시 예정인 자사의 총쏘기 게임 ‘포트나이트’의 안드로이드 버전을 구글의 앱(응용프로그램) 장터인 구글플레이에서 유통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자사 홈페이지에서 게임을 설치할 수 있는 파일(apk)을 따로 배포할 예정이다.

포트나이트는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임 중 하나다. 지난해 7월 PC 버전으로 처음 나온 이 게임은 지난 5월 기준으로 PC 게임 매출 상위 5위에 올랐다. 시장조사업체 슈퍼데이터리서치에 따르면 포트나이트는 5월 한 달간 3억1800만달러(약 3560억원)를 벌어들였다.

게임업체 '脫구글' 왜?
에픽게임즈가 구글플레이를 보이콧하려는 것은 수수료 때문이다. 구글플레이를 통해 게임을 출시한 게임업체는 콘텐츠 수입의 30%를 수수료 명목으로 구글에 줘야 한다.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는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30%의 수수료는 과도한 비용”이라며 “게임 개발자는 나머지 70%로 게임 개발, 운영 등을 모두 감당해야 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에픽게임즈는 포트나이트 아이폰 버전도 애플의 앱 장터(앱스토어)를 벗어나 배포하려 했지만 애플이 외부 설치파일을 막고 있어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앱 시장 판도 변화에 촉각

국내 게임업체는 에픽게임즈의 움직임을 눈여겨보고 있다. 일부 국내 대형 게임업체는 구글플레이 대신 직접 게임을 배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도 구글과 애플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6월 출시한 모바일 게임 ‘리니지M’의 누적 매출은 1조5000억원을 넘었다. 수수료로 5000억원 이상이 나간 셈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시장 초창기에는 시스템 구축 비용 등을 감안하면 수수료가 적당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도 30%를 유지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에픽게임즈가 시작한 ‘탈(脫)구글플레이’ 시도가 성공할지는 불투명하다. 구글이 모바일 콘텐츠 유통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콘텐츠업체가 쉽게 거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앱 장터에서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가 차지한 비중은 각각 60.7%, 24.5%로 합치면 85.2%에 달했다.

지난달 네이버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통신 3사가 공동 운영하는 토종 앱 장터인 원스토어가 유통 수수료를 판매액의 최저 5%까지 낮췄지만 한 달이 지났는데도 최신 게임 중 넥슨의 ‘피파온라인4M’ 등 일부만 원스토어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리니지M’ 등 인기 게임은 여전히 원스토어에서 찾아 볼 수 없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구글, 애플의 앱 장터가 달갑지만은 않지만 세계 시장을 노리기 위해서는 이들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