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타트업 ‘투사아’의 앤드류 A. 레이딘 대표(완쪽)와 앤드류 M. 레이딘 최고마케팅책임자가 인공지능(AI) 플랫폼 ‘두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양병훈 기자
미국 스타트업 ‘투사아’의 앤드류 A. 레이딘 대표(완쪽)와 앤드류 M. 레이딘 최고마케팅책임자가 인공지능(AI) 플랫폼 ‘두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양병훈 기자
미국 터프츠대에 따르면 신약 개발을 할 때 기초연구 물질 1만개 가운데 동물실험을 하는 전임상 단계에 도달하는 건 250개(2.5%)에 불과하다. 전임상을 통과하는 건 이보다 훨씬 더 적은 5개(0.05%)다. 신약 개발에 성공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같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개발 단계에서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아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면 어떨까. 이런 시도를 하고 있는 기업이 최근 빠르게 늘고 있다. 미국 바이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투사아(twoXAR)도 그중 한 곳이다.

투사아의 공동설립자인 앤드류 A. 레이딘 대표(46)와 앤드류 M. 레이딘 최고마케팅책임자(CMO·33)가 최근 한국바이오협회가 주최한 ‘글로벌 바이오스타트업 콜라보’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투사아를 국내에 소개하고 관심 있는 기업이나 투자자와의 만남을 주선하기 위한 자리다.

레이딘 대표는 “기초연구 물질이 인체에 어떤 효과를 미칠지 예측하는 AI 플랫폼 ‘두마(DUMA)’를 개발했다”며 “두마를 통해 유망한 물질을 우선 선별할 수 있기 때문에 초기 후보물질의 발굴 속도를 높이고 사람이 직접 연구하는데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레이딘 대표와 레이딘 CMO는 독특한 계기로 만났다. 레이딘 대표는 자신의 이름을 딴 인터넷 도메인 ‘andrewradin.com’을 갖고 있었는데 수년 전 이를 사고 싶다는 이메일을 한 통 받는다. 이 이메일을 보낸 사람은 레이딘 CMO였다. 두 사람의 이름이 같아 연락을 하게 된 것.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 받으며 친해졌다.
미국 스타트업 ‘투사아’의 앤드류 A. 레이딘 대표. 양병훈 기자
미국 스타트업 ‘투사아’의 앤드류 A. 레이딘 대표. 양병훈 기자
이후 레이딘 대표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기업가정신을 주제로 강의를 한다. 당시 레이딘 CMO가 이 대학 경영전문대학원(MBA)에 다니고 있었다. 두 사람은 이 때 처음 만나 2014년 투사아를 만든다. 레이딘 대표가 회사 설립 직전 두마 개발을 마쳤으며 레이딘 CMO는 사업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두마는 지금까지 생물학, 화학, 의학 연구 등을 통해 밝혀진 인체의 약물반응 데이터를 학습했다. 데이터는 대부분 연구논문, 임상시험 등으로 공개된 정보다. 미국, 유럽연합, 캐나다 등의 국립보건기구가 매우 방대한 관련 데이터를 제공한다. 제약회사나 연구기관 등이 갖고 있는 미공개 정보도 일부 있다. 데이터 출처는 1000곳이 넘고 이를 통해 파악한 질병 수는 120개 이상이다.

발굴 절차는 이렇다. 제약회사가 먼저 투사아에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 발굴을 요청한다. 그러면 투사아는 두마로 그 회사의 기초연구 물질 목록을 검토한다. 두마는 자체 학습한 정보를 활용해 인체가 약물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패턴을 분석한다. 이를 통해 잠재력 있는 물질을 가려낸다. 두마는 지속적인 자기 학습으로 예측 정확도를 높인다. 여기까지가 두마의 몫이다. 이후 전임상·임상은 통상적인 신약 개발 과정과 같다. 신약 개발 연구진이 물질 검증을 담당한다.

레이딘 CMO는 “지금까지 두마가 선별한 기초연구 물질 가운데 30%가 전임상 단계에 도달했다”며 “상당수의 기초연구 물질이 두마의 예측대로 의미 있는 약효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정도의 전임상과 임상 진입 비중은 일반적인 신약개발 과정을 거칠 때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걸린 기간도 전임상 도달까지가 약 3개월로 일반적인 연구에 비하면 매우 짧다.
미국 스타트업 ‘투사아’의 앤드류 M. 레이딘 최고마케팅책임자. 양병훈 기자
미국 스타트업 ‘투사아’의 앤드류 M. 레이딘 최고마케팅책임자. 양병훈 기자
레이딘 CMO는 “지금까지 두마를 통해 간암, 류마티스 관절염, 2형 당뇨병(인슐린이 정상적으로 분비되지만 세포에 작용하지 못해 생기는 병) 치료제를 연구해 의미 있는 성과를냈다”며 “조만간 다른 질병으로 연구를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두마는 부작용이나 독성을 걸러내지는 못한다. 투약 방법이나 용량 등을 찾아내는 것과도 거리가 멀다. 이는 파이프라인 발굴 뒤 사람 연구진이 해야 한다.

투사아는 신약 개발기업에게 의뢰를 받아 두마로 파이프라인을 발굴하는 걸 도와주고 수익을 올린다. 레이딘 대표는 “전임상 이전 물질을 확장하려고 하는 신약개발기업이 주요 수요처”라며 “미국 일본 등에 협력사가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모두 5건의 의뢰를 처리했으며 현재 진행 중인 건 10건이다. 그는 “선불, 마일스톤(프로젝트의 각 단계마다 수익을 지급받는 것), 지분 확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을 얻는다”고 설명했다.

직원 수는 10명이다. 두마 구동을 위해 아마존 서버를 이용한다. 설립 당시 초기 투자자금은 430만달러(약 48억원)였고 지난 3월 1000만달러(약 113억원) 투자를 더 받았다. 1000만달러 투자에는 한국의 소프트뱅크벤처스가 참여했다.

레이딘 CMO는 “두마는 특정 질병에 대해 최고의 치료법보다는 최초의 치료법을 찾기 위한 것”이라며 “예컨대 파킨슨병은 현재 도파민(신경전달물질의 하나)을 조절하는 치료법이 주로 활용되는데 두마는 도파민과 관련 없는 치료법을 찾는데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