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우의 부루마블] "사실상 포기"…만리장성에 막힌 한국 게임
세계 4대 게임쇼로 꼽히는 중국 '차이나조이'가 3일 개막했다. 차이나조이는 중국 상하이에서 나흘간 열리는 게임 전시회로 21개국 600여개 업체가 참가한다. 주최측은 이번 행사에 역대 최대인 35만명의 관람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게임시장은 세계 최대 규모인 30조원 정도로 우리나라의 3배에 달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2017 대한민국 게임백서'를 보면 2016년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10조원 정도다.

국내 게임사들도 차이나조이에 참가해 관람객을 맞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마련한 '한국공동관'에 34개 업체가 함께하는데 카카오게임즈의 단독 부스를 포함하면 35개 업체가 중국 땅을 밟는다.

하지만 기대감은 높지 않다. 중국이 지난해 2월 이후 한국게임에 대한 자국 시장 영업 허가권(판호·版號)을 내주지 않고 있어 "별다른 성과가 없을 것"이란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게임의 중화권 매출은 약 1조5000억원으로 전체 수출액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 등이 선전하면서 견조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기존 게임들의 인기가 잦아들 경우 매출 손실은 불가피하다.

더욱이 중국 게임사들이 한국 인기 게임의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신작을 쏟아내면서 "국내 게임에 대한 관심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김학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게임업체들의 판호가 열린다 하더라도 경쟁력이 예전에 비해 약화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판호보다 중요한 건 장르 주도권"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시회는 물론 중국인 개발자 고용, 현지 게임 개발 등 현지화 전략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중국 게임문화와 사용자 기호 등을 공략하기 위해 중국인 게임 개발자를 고용하는 등의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스포츠, 게임 라이브 서비스와 같은 국내 게임이 갖고 있는 강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은 국산 게임을 카피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글로벌 게임시장을 견인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며 "맞춤형 현지화 전략을 통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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