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업체들이 주도해 표준을 개발한 통신기술인 ‘와이브로(WiBro)’가 1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KT는 오는 9월30일 와이브로 서비스를 종료할 계획이라고 30일 발표했다. 현재 KT 와이브로 가입자는 5만 명 수준이다. KT 관계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승인을 거쳐 9월 말까지 와이브로 서비스를 종료할 계획”이라며 “9월 말 종료 승인이 나더라도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네트워크는 연말까지 단계적으로 철수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토종 통신기술 '와이브로' 1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와이브로는 2002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삼성전자가 주축이 돼 개발한 휴대 인터넷 기술이다. 당시 LTE와 함께 4세대(4G) 이동통신 시장을 주도할 기술로 주목받았다. 국내에서는 2006년 서비스를 시작해 달리는 차 안에서도 초고속 인터넷을 즐기는 시대를 열었다. 와이브로 개발을 주도한 한국은 세계 70여 개국에 관련 기술을 수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후속으로 나온 LTE 기술에 시장 주도권을 내주며 설 자리를 잃어왔다. 종주국인 한국에서도 2012년 105만 명에 달하던 국내 와이브로 가입자가 현재 KT 5만 명, SK텔레콤 1만8000명으로 쪼그라들었다.

KT는 “와이브로 단말과 장비 생산이 중단된 데다 가입자 감소로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는 데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판단했다”며 “다양한 LTE 전환 프로그램을 통해 기존 가입자가 불편 없이 데이터 통신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도 연내 와이브로 서비스를 종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와이브로 주파수 반납 기한(내년 3월)을 앞두고 서비스 종료 등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KT는 와이브로 가입자가 해지를 원하거나 LTE로 전환할 경우 기존 위약금과 단말 잔여 할부금을 모두 면제할 계획이다. 노트북 등에서 인터넷을 연결해 쓸 수 있는 신규 LTE 에그(egg)플러스 단말도 24개월 약정 시 무료로 줄 예정이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