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기온 37도의 폭염이 이어진 29일 전국 약사들이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 모였다. 편의점 상비약 판매를 반대하기 위해서다. 약사 3300여 명(대한약사회 추산)은 ‘편의점약 OUT’이라고 적힌 빨간 부채와 노란색 종이 선캡을 쓰고 편의점 판매약 제도 폐지를 촉구했다. 이 제도가 약물 오남용을 조장해 국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는 다음달 8일 편의점 상비약 6차 지정심의위원회를 열고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상비약 품목 수를 확대하는 방안을 최종 논의할 계획이다.

약사회는 편의점 판매약의 부작용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71%가 넘는 편의점이 약사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약을 판매하는 편의점의 20.4%가 24시간 영업을 준수하고 있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약사회는 약국이 문을 열지 않는 시간에 영업하는 24시간 편의점에서만 상비약을 판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 편의를 무시한 채 약사들의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약사회는 이날 기업형 면허대여 약국과 병의원 불법 약국 개설도 규탄했다. 조찬휘 대한약사회장은 “대기업 오너가 차명으로 약국을 운영하고 병원 부지에 약국 불법 개설이 확산돼 의약분업의 근간이 무너지고 있지만 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는 국민 안전을 위험에 빠뜨리는 정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