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완식 요셉의원 원장 "봉사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나누는 것이죠"
서울 영등포역 쪽방촌에서 10년째 가난한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신완식 요셉의원 원장(68·사진)이 올해 성천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신 원장은 수상 소식이 전해진 23일 “수많은 봉사자와 후원자의 노고를 대표해 상을 받게 됐다고 생각한다”며 “더 낮은 봉사자가 되라는 뜻으로 알고 더 열심히 환자들을 돌보겠다”고 말했다.

신 원장은 2009년 2월 정년이 6년 남아 있던 가톨릭대 의대 교수직을 박차고 노숙자들을 위한 무료 병원인 사회복지법인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부설 요셉의원에 왔다. 올해로 10년째 그의 연봉은 ‘0원’이다. 1977년 가톨릭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그는 여의도성모병원 내과과장, 가톨릭중앙의료원 세포치료사업단장을 지냈다. 국내 감염 내과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기도 했다. 잘나가는 의사였던 그가 무보수 의료봉사를 택한 것은 ‘남들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겠다’는 굳은 신념 때문이었다. “젊었을 땐 병원을 개업해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아버지께서 힘들게 공부한 만큼 세상과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라고 하셨어요. 그 말씀을 듣고 개업을 포기하고 교수가 됐죠. 대학병원에서 환자를 보고 제자들을 가르치면서도 이대로 인생을 마치진 않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요셉의원에 부임한 신 원장은 전산화된 진료 체계를 구축하고 최신 의료장비를 도입했다. 음악 치료와 인문학 강의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환자들의 정신적 치유와 실질적인 자립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요셉의원 설립자인 선우경식 원장이 2008년 타계한 후 휘청였던 병원은 다시 활기를 찾았다. 요셉의원에는 하루 평균 100여 명이 찾는다.

환자 돌보기에 전념하던 신 원장은 지난 4월 식도암 판정을 받았다. 필리핀, 몽골, 네팔 등 해외 진료와 2013년 필리핀 마닐라 빈민 지역에 설립한 요셉의원 분원 운영에 힘을 쏟느라 자신의 몸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탓이다. 그럼에도 매주 월·수·금요일 진료를 하는 등 그의 일정은 여러 업무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신 원장은 “암을 떼어 내고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로 3개월 동안 회복하느라 조금 힘들었다”며 “그래도 죽을 정도는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신 원장은 “봉사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나누고 뜻하지 않은 많은 것을 받는 것”이라며 “상금은 해외 의료봉사 등 좋은 곳에 쓰겠다”고 했다.

JW그룹의 공익재단인 중외학술복지재단(이사장 이종호 JW그룹 명예회장)이 수여하는 성천상은 JW중외제약의 창업자인 고(故) 성천 이기석 선생의 생명 존중 정신을 기려 음지에서 헌신적인 의료봉사활동으로 귀감이 되는 의료인을 발굴하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시상식은 다음달 28일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