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여성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은 유방암입니다. 그런데 진단기기의 정확도가 떨어져 비용이 많이 드는 생체조직검사를 일일이 받아야 합니다.”

"가성비 높인 유방암 진단기기… 내년 韓·美서 임상시험 시작"
한성호 인핏앤컴퍼니 대표(48·사진)는 유방암 진단기기 ‘오리고’(가칭)를 개발한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오리고는 정상조직을 식별하는 능력인 특이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제품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현재 널리 쓰이는 유방촬영술(맘모그램)의 유방암 진단 특이도는 5%(미국 기준) 수준이다.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초음파 검사 특이도도 20~40% 안팎이다. 이 때문에 유방암 진단을 위해 조직검사를 받는 경우가 많다. 한 대표는 “오리고의 유방암 진단 특이도가 70%를 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서울대 물리학과를 나와 미국 콜로라도대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 연구원, 무어레스암센터 박사후연구원, LG전자 수석연구원 등을 거쳤다. 인핏앤컴퍼니를 창업한 것은 2016년이다. 한 대표는 “무어레스암센터에서 일할 당시 비싼 유방암 진단비용과 보험료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을 보고 창업을 결심했다”며 “더 저렴한 가격으로 관련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리고는 체내 디옥시헤모글로빈, 옥시헤모글로빈, 수분, 지방 상태 등을 분석해 혈관과 근육 상태, 부종 여부를 파악한 뒤 이를 종합해 유방암을 진단하는 방식이다. 같은 원리로 발기부전 진단과 근육 재활 정도 측정도 가능하다. 내년 한국과 미국에서 의료기기 허가를 받기 위해 임상시험을 시작하고 2021년께 출시할 예정이다.

병원용 의료기기인 오리고뿐 아니라 기능을 단순화한 개인용 의료기기 ‘벨로’도 개발하고 있다. 내년 미국과 한국에서 판매하고 남미, 캐나다, 중국, 아랍에미리트 등으로의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