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들, 바이오벤처 직접 설립 가능해져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국내 연구중심병원들이 직접 바이오헬스분야 벤처기업을 설립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국내 병원들은 자회사 설립을 금지한 의료법 때문에 창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직접 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병원발(發) 창업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가 19일 발표한 ‘연구중심병원 산병협력단 허용 방안’에 따라 연구중심병원은 의료기술 특허 사업화와 창업 지원을 전담하는 첨단기술지주회사를 세울 수 있게 된다. 학교 등에만 세울 수 있었던 기술지주회사를 병원으로도 확대하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산업통상자원부의 기술이전 촉진법 시행령을 개정해 하반기부터 연구중심병원이 첨단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했다.

복지부는 병원에서 나온 아이디어의 사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2013년부터 연구중심병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등 수도권 대형 대학병원과 경북대병원 등이 연구중심병원으로 지정돼 있다. 연구중심병원 의료진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창업한 회사는 모두 67곳에 이른다. 하지만 이 중 병원이 직접 투자해 자회사 형태로 설립한 곳은 없다. 국내 의료법은 병원이 자회사를 세울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고대안암병원, 고대구로병원 등은 병원 대신 고려대 산하에 기술지주회사를 차려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그나마 학교법인 소속 병원은 사정이 낫다.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같은 재단·사회복지법인 소속 병원은 법인이 국내 법인 지분을 5% 넘게 보유할 수 없도록 한 상속증여세법이 창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들 병원 의료진은 의사 개인이 책임지고 회사를 세우는 교수 창업을 주로 한다. “해외 의료진은 병원 창업을 통해 ‘헤비급’으로 몸집을 불려 싸우고 있는데, 국내 의료진은 의사 개인이 ‘플라이급’ 체급으로 이들에 맞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산병협력단을 만들 수 있게 되면 병원에서 나온 아이디어로 바이오, 헬스케어 회사를 세우고 여기서 나온 이익을 다시 병원으로 가져가는 선순환이 이뤄질 것으로 복지부는 내다봤다. 미국 메이요클리닉은 메이요클리닉 벤처스를 통해 매일 두 개 이상의 사업화 후보 기술을 접수해 이 중 25% 정도를 기술 사업화하고 있다. 2016년까지 메이요클리닉 벤처스를 통해 기술 창업한 회사는 136곳이다. 이 중 메이요클리닉 벤처스가 지분을 가진 회사는 81곳에 이른다. 기술이전 수입도 5400억원이 넘는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