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는 13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행정소송 준비에 들어갔다. 고의적으로 바이오젠의 콜옵션 공시를 누락했다는 증권선물위원회의 전날 결론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금감원의 재감리와 검찰 수사 방향을 지켜본 뒤 행정소송 시점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증선위가 핵심 쟁점인 회계처리기준 변경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금감원에 다시 공을 넘겼다는 점에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태는 2015년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한 것이 적정한지 여부와 바이오젠과 체결한 콜옵션 계약의 공시를 누락한 것 두 가지가 쟁점이다. 이 중 후자인 콜옵션 공시 누락은 중대한 회계 위반이 아닌, 단순 과실로 인식돼왔다.

그러나 부차적 사안으로 여겨졌던 공시 누락에서 고의성이 인정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단순 과징금 대신 담당임원 해임에 검찰 고발 등 예상 밖의 강도 높은 징계가 내려졌다. 그 여파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이날 6.29% 하락했다. 검찰 조사가 진행되면 추가적인 주가 하락도 예상된다. 고의성으로 결론 나면서 회사를 상대로 한 투자자들의 손해배상 소송도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의 이익 보호를 위해서는 즉각적인 행정소송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게 삼성 측의 판단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법률대리인인 김앤장과 긴급 회의를 열고 소송 절차와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삼성 측은 콜옵션을 알리지 않은 2012년, 2013년에는 공시 의무가 없었기 때문에 회계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르면 일반대출약정, 우발채무나 확정부채 발생 등의 사안이 발생했을 때 합작계약 약정사항에 대한 콜옵션 내용을 주석으로 공시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고의성도 부인했다.

참여연대는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염두에 두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일부러 콜옵션 공시를 누락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일가가 1조원 이상 이득을 봤다고 주장했다. 삼성 측은 합병 전인 2014년 IFRS 기준에 따라 콜옵션을 공시해 숨기려는 의도가 없었고 콜옵션 부채 등을 인식해 회사 가치를 산정하고 판단하는 주체는 국민연금과 회계법인이므로 회사의 위법 사항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