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체감규제포럼의 '플랫폼 규제입법에 대한 비판과 발전 과제 모색' 세미나. /사진=최수진 기자
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체감규제포럼의 '플랫폼 규제입법에 대한 비판과 발전 과제 모색' 세미나. /사진=최수진 기자
최근 '드루킹'의 댓글 조작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에서 포털 규제 관련 법률을 발의하고 있는 가운데, 포털 규제 이전에 포털 시장에 대한 획정과 공정경쟁 환경 마련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체감규제포럼은 9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플랫폼 규제입법에 대한 비판과 발전 과제 모색'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이대호 성균관대 인터렉션사이언스학과 교수가 '댓글 규제의 실효성 검토'를 주제로 학술 발표를 맡았다.

이 교수는 드루킹 이후 발의된 댓글 관련 법안에 대해 시장 획정에 대한 연구나 공정 경쟁의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콘텐츠, 뉴스, 검색 등 포털이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학계 일각에서는 일괄적인 포털 규제는 오히려 불합리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이 교수는 "규제의 목적은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다"며 "(그러나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 포털 규제 법안은) 공정한 경쟁보다도 포털 규제 자체가 큰 목적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법안들은 포털에게 댓글 조작 방지를 위한 기술적 조치 의무를 부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경우 후발 (포털) 신규 사업자들에게는 진입장벽이 될 수 있고 건전한 진입 장벽을 막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즉, 오히려 포털에 대한 이같은 규제가 신규 사업자들에게는 불합리하게 작용해 공정경쟁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댓글 자체가 여론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최근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올해 5월 24~28일 20세 이상 성인 남녀 1075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포털사이트에서 뉴스와 댓글 중 어떤 것을 더 많이 읽었는가'란 질문에 댓글(22.4%)보다 뉴스(45%)를 더 많이 읽는다고 응답했다.

포털 사이트에서 뉴스 댓글을 읽는 목적에 대해서도 '기사 내용에 대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서'라고 답한 사람이 84%로 월등하게 높았다. 또 뉴스 댓글 자체를 '일반 시민의 의견이다'라고 답한 사람은 55.7%로 과반수를 넘었다.

즉, 이 교수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조사한 결과를 예로 들고 댓글이 곧 여론이 아니기 때문에 댓글에 대한 최근 정치권의 과도한 규제는 지양돼야 한다는 해석이다.

이 교수는 "댓글 조작이 문제가 됐는데, 논란의 시작과 끝이 모두 네이버에 집중된 측면이 있다"며 "유독 정치인 댓글에 문제가 되는 이유는 정치인들이 힘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민호 체감규제포럼 공동 대표는 이날 세미나가 열리기에 앞서 "현재 많은 규제가 있지만, 인터넷·플랫폼 기업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미래사회에 있어서 인터넷 기업의 중요성이 크기 때문"이라며 "우리 정치권은 지나치게 토종 국내 사업자에게 기울어진 윤동장의 규제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