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실 티스템 대표가 줄기세포 줄기세포파쇄추출물 동결건조 물질과 이를 주사하기 위해 액체로 만드는데 쓰는 용액을 들어보이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김영실 티스템 대표가 줄기세포 줄기세포파쇄추출물 동결건조 물질과 이를 주사하기 위해 액체로 만드는데 쓰는 용액을 들어보이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줄기세포 치료제는 뛰어난 재생능력과 항염증 기능으로 주목 받고 있지만 대중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살아 있는 세포가 약 안에 들어가기 때문에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으려면 자기 몸에서 유래한 줄기세포를 활용해 개인 맞춤형 치료제를 만들어야 한다. 양산을 하는 약이 아니어서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보관할 때는 세포가 죽지 않도록 극저온을 유지해야 한다. 이런 단점을 피하면서 줄기세포의 재생·항염증 기능을 활용하는 방법은 없을까.

줄기세포 전문기업 티스템의 김영실 대표(55)는 "거부반응 없이 누구에게나 사용할 수 있는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며 "개인 맞춤형 의약품이 아니기 때문에 대량생산해 불특정 다수에게 투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동결건조 상태로 완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일반적인 냉동이나 상온 보관이 가능하다"며 "직접 운영하는 성형외과 개인 병원에서 10여년 동안 이 치료제를 환자에게 처방하며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부산대 의대에서 학사(1989년 취득), 석사(1995년), 박사(2003년) 학위를 모두 받았다. 1998년 경상남도 창원에서 미용 성형외과 병원인 티아라의원을 개업해 운영하고 있다. 이 병원은 현재 국내에 7개 지점이 있는 네트워크 병원이 됐다. 김 대표는 2007년 티아라줄기세포연구소를 세워 줄기세포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티스템을 2016년 설립했으며 2020년 상장이 목표다. 지금까지 티스템은 약 6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김 대표는 "이 치료제에 거부반응이 없는 이유는 온전한 줄기세포가 아니라 특수한 방법으로 세포막을 제거하고 내용물만 남긴 '줄기세포파쇄추출물(쉘드줄기세포)'을 활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거부반응의 원인이 되는 항원(抗原)이 세포막에 붙어있기 때문에 이를 없애면 거부반응도 함께 없어진다"며 "살아 있는 세포가 아니기 때문에 동결건조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2012년 이 추출물에 대한 특허를 등록했다.
김영실 티스템 대표가 회사 실험실에서 직원과 대화하고 있다. 티스템 제공
김영실 티스템 대표가 회사 실험실에서 직원과 대화하고 있다. 티스템 제공
김 대표에 따르면 줄기세포는 재생이나 항염증 반응을 일으키는데 필요한 성분을 그때그때 합성하지 않는다. 이미 줄기세포 속에 필요 성분이 모두 들어 있으며 때가 됐을 때 이를 밖으로 분비한다. 때문에 세포막을 제거하고 내용물을 추출하면 유효 성분을 얻을 수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매번 배 속에서 황금알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자신이 평생동안 낳을 황금알을 이미 몸 속에 모두 품고 있는 것. 쉘드줄기세포는 이 황금알을 꺼낸 것에 비유할 수 있다.

티스템은 쉘드줄기세포를 활용한 샴푸, 헤어에센스, 보디워시, 보디에센스를 이미 시장에 내놨다. 헤어에센스는 부산대병원에서 임상시험을 해 탈모 치료 효과를 검증했다. 의약품은 반려동물, 경주마 등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관절염 및 관절주위손상 주사제를 임상시험 중이다. 김 대표는 "동물 의약품은 개발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내년 2월 임상을 마치고 연내 시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비보험이고 경쟁자가 없어 부가가치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용 의약품도 개발한다. 탈모치료, 잇몸치료, 통증치료, 치매치료 주사제를 전임상 기초연구중이다. 쉘드줄기세포를 활용하는 건 같지만 농도를 어떻게 하는지, 다른 첨가물을 얼만큼 넣는지에 따라 적응증(치료 효과가 기대되는 병이나 증상)이 달라진다. 2022~2023년께 이들 약에 대한 개발을 마치고 시판하는 게 목표다. 김 대표는 "쉘드줄기세포는 인체 안전성이 높다"며 "민간 시험기관에서 9가지 안전성 검사를 해 모두 무사 통과했다"고 말했다.

더 발전된 형태의 치료제도 구상하고 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쉘드줄기세포는 단백질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성분 종류는 1000가지가 넘는다. 성장인자(성장과 분화를 촉진하는 세포 분비 물질)도 100가지 이상 있다. 지금 개발중인 치료제는 이들 물질을 분리하지 않고 전체를 동결건조시켜 활용한다. 그러나 앞으로 각 구성성분을 분리해 필요한 것만 활용하는 치료제를 개발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쉘드줄기세포의 성분 분리 기술에 대한 특허를 받았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