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라는 건지…" 불명확한 정부 지침에 볼멘소리도

'출·퇴근 신고 버튼' '오전 8~11시 알아서 출근'…

대표적인 '혹사 직종'으로 꼽혀온 IT업계에서도 근로시간 단축이 적용된 첫 근무일인 2일부터는 적잖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국내 최대 포털 업체 네이버의 인트라넷에는 이날부터 출·퇴근 시각을 신고하는 버튼이 생겼다.

지난 2014년 도입된 책임근무제를 폐지하고 선택적 시간근로제를 전면적으로 도입했기 때문이다.

책임근무제는 법정 근무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업무 중심으로 일하는 제도지만, 현행 체제에서는 위법 소지가 있다고 회사는 판단했다.

이에 네이버 직원들은 앞으로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 사이에 원하는 시간을 골라 하루 8시간 일하면 된다.
[근로시간 단축] 출·퇴근 버튼 등장… IT업계도 '워라밸' 찾는다
카카오는 이달부터 출근 시간대를 기존 오전 9~10시에서 오전 8~11시로 확대했다.

출근 시간을 자유롭게 정해서 하루 8시간 근무를 채우면 되고, 일주일에 최대 12시간까지 연장근무를 할 수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출퇴근 시간의 유연성을 증대해 신규 서비스 출시 준비 등 불가피한 연장근무가 있더라도 적절히 대처해 나갈 수 있도록 했다"며 "개인별 근로시간이 주 최대 52시간을 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작년 넷마블 직원 과로사 등 문제로 게임업계의 가혹한 노동 환경이 이슈화된 후 대형 게임사들은 자정 노력으로 올해 초부터 자율적으로 유연근무제를 시행해왔다.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등 '3N'사를 비롯해 펄어비스, 웹젠, 스마일게이트 등 주 52시간제 대상 주요 게임사들은 대부분 선택적 근로시간제,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 유연근무제를 채택한 상태다.

이들 게임사는 사내 인트라넷에 출퇴근 시간을 설정하고, 개인 휴게시간 등을 표시해 개인별로 주 최대 근로시간을 지킬 수 있게 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이 제도를 운영해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에서는 주로 자녀가 있는 직원과 퇴근 후 자기계발을 위해 운동을 다니거나 학원에 다니는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게 나타난다고 한다.

시행 초기 몇몇 눈치를 보던 직원들도 수개월이 지난 지금은 자유롭게 출퇴근을 정해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SI(시스템통합) 업계는 한달 단위로 근무시간을 정하는 '월단위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대체로 운영한다.

개인 근무시간을 한달 단위로 자유롭게 정하고, 필요에 따라 근무시간을 변경하는 것이다.

SK주식회사 C&C는 이 제도를 지난 6월 한달간 시범 운영한 뒤, 7월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LG CNS도 이런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했다.

여기에 팀이나 프로젝트의 업무에 따라서는 유연근무제를 적용할 수 있게 했다.
[근로시간 단축] 출·퇴근 버튼 등장… IT업계도 '워라밸' 찾는다
하지만 IT업계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정부 지침이 명확하지 않고 때론 혼선을 빚는 것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있었다.

가령, 지난달 26일 나온 고용노동부의 유연근로시간제 가이드라인에는 "타인의 구체적인 지시에 기반해 재량권 없이 프로그램 설계 또는 작성을 수행하는 프로그래머는 (유연근로시간제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돼 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어떤 회사가 이걸 자체적으로 해석해서 현장에 적용할 수 있겠느냐"라며 "실제로 단순·반복 작업을 하는 프로그래머도 있다"고 지적했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 52시간 취지에 맞게 포괄임금제가 폐지되는 것이 맞지만, 정부에서 지침 발표가 늦어지면서 게임사들도 제대로 된 방침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