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젠, 에피스 '콜옵션' 행사… 삼성바이오와 공동경영 체제로
미국 바이오젠이 28일(현지시간)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을 행사한다고 발표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5.4%를 보유한 바이오젠은 단숨에 49.9%의 지분율을 확보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공동경영권을 갖게 됐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배 구조 변동이 다음달 4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를 논의하는 증권선물위원회 정례회의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바이오젠은 콜옵션 행사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최대 7486억원을 지급하게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 약 923만 주를 주당 5만원에 양수하는 대가와 이자를 포함한 것이다.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 결정 후 대금 납부 등 계약조건을 이행하는 데 주어진 3개월의 시한까지 고려하면 이자는 최대 2873억원이다. 바이오젠은 주식 취득과 관련한 국가별 기업결합 신고 절차 등이 남아 있어 오는 9월28일까지 콜옵션 계약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바이오젠은 이번 콜옵션 행사로 최소 1조6000억원의 투자이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평가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 가치(약 2조3600억원)를 기준으로 했을 경우다. 3년 전 삼성바이오에피스에 투자한 약 600억원을 포함해 8000여억원을 투입하는 바이오젠은 원금의 3배가 넘는 수익을 내게 된다. 마이클 보낫소스 바이오젠 대표는 “이번 콜옵션 행사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기업의 소유권을 확대해 주주들에게 가치를 창출할 기회가 될 것”이라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중요한 관계를 구축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콜옵션에 따른 파생상품부채로 반영된 1조9335억원이 없어지게 돼 부채비율이 2018년 1분기 기준 88.6%에서 35.2%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계약이 마무리되는 시점부터 공동경영체제로 전환된다. 2012년 설립 당시 85%의 지분을 가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종속회사였으나 콜옵션 행사가 완료되면 관계회사로 바뀌게 된다. 이사회도 바이오젠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동수로 구성한다.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 혐의를 벗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지 주목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로 삼성바이오에피스 경영권이 상실될 것을 고려해 2015년 회계 처리를 변경했다고 주장해왔다. 증권선물위는 2015년 이전 시점의 회계처리 문제도 함께 검토하고 다음달 4일 감리 조치안을 논의해 중순에 의결 절차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