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미국 워싱턴주 렌턴시에서 열린 ‘뉴 스페이스 2018 콘퍼런스’에서 영국, 호주, 아랍에미리트 등 우주기관 관계자들이 청중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박근태 기자
지난 26일 미국 워싱턴주 렌턴시에서 열린 ‘뉴 스페이스 2018 콘퍼런스’에서 영국, 호주, 아랍에미리트 등 우주기관 관계자들이 청중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박근태 기자
지난 26일 미국 워싱턴주 렌턴시에서 개막한 ‘뉴 스페이스 2018 콘퍼런스’ 행사장. 정장을 말끔히 차려입은 27세 청년사업가 사이먼 그워즈가 무대에 올랐다. 그가 이끄는 이쿼토리얼스페이스인더스트리는 ‘싱가포르판 스페이스X’를 꿈꾸고 있다. 지난해 싱가포르에 법인을 설립해 세계에서 가장 발사비가 저렴한 우주로켓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첫 모델을 선보인 지 1년 만에 세 종류의 엔진을 내놨다. 그워즈는 “24~71㎏짜리 인공위성을 회당 100만달러 이내의 발사비로 쏘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초소형 위성으로 지구 실시간 감시

28일까지 열린 ‘뉴 스페이스 2018’ 콘퍼런스는 민간 우주기업이 참여하는 최대 규모의 국제 행사다.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 버진오빗 등 쟁쟁한 민간 우주기업은 물론 우주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찾는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참가했다.

직육면체 상자 형태로 보여 ‘큐브샛’으로 불리는 초소형 위성과 인공지능(AI)의 기계학습 등 첨단과학으로 무장한 신생 우주벤처들은 정부도 미처 손대지 못한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미국의 벤처회사인 오비털마이크로시스템스는 이번 행사에서 길이 30㎝짜리 초소형 위성 40기를 이용해 지구에서 일어나는 급격한 날씨 변화를 감시하는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기상위성 개발에는 10년 가까운 시간이 걸리지만 이들 위성을 활용하면 18개월 안에 지구 전체 날씨를 지켜보는 감시망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지구의 온도를 실시간으로 재는 사업도 민간기업 주도로 추진된다. 최근 과테말라와 하와이에서 화산 폭발이 발생하면서 지구 온도 변화를 빠르게 감지해 화산 폭발 등에 대응하는 방안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벤처기업 쿠락은 지구 전체를 가로세로 200m 구간으로 나눠 한 시간마다 지구 전체의 온도를 측정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실시간으로 지구 온도를 재기 위해 3차원(3D) 프린터로 찍어낸 초소형 위성을 활용하고 있다.
우주산업 판 흔드는 신생 벤처들
후발국가도 우주경제 시대 준비

초기 우주 벤처기업이 지금까지 꿈도 꾸지 못할 규모의 사업에 도전할 수 있게 된 것은 재활용 로켓의 실용화로 사업 환경이 그만큼 성숙해졌기 때문이다.

에이시 찬라니아 블루오리진 사업개발 이사는 “로켓 재활용은 이제 모든 로켓 개발 회사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 참석한 대다수 전문가도 기술 자체보다 누가 더 값싸고 신뢰성이 높은 기술로 수익 모델을 설계할 수 있느냐에 관심을 쏟았다. 에리히 피셔 딜로이트 우주부문 총괄은 “우주산업의 과제는 서로 돕고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매끄러운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룩셈부르크와 아랍에미리트(UAE), 호주는 우주 관련 업무를 주관하기 위해 우주청을 설치하는 등 본격적인 우주경제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룩셈부르크는 경제담당 부총리 주도로 국가 경제의 다양성, 국제적인 우주 역량 제고, 산업경쟁력 확대를 위해 우주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민간우주 채굴회사 스페이스리소시스를 인수하는 등 우주자원 발굴 기술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UAE 역시 2117년 화성에 식민지를 세우겠다는 목표로 대규모 화성 거주 훈련시설을 짓고 한국에서 전수한 기술로 올해 독자 위성을 쏘아 올린다는 계획이다. 내년에는 첫 번째 우주인도 배출한다.

미국은 일찌감치 주와 시 단위까지 우주산업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이번 행사가 열린 위싱턴주에는 보잉을 비롯해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벌컨 등 1400여 개 우주 관련 민간기업이 자리잡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등 앞선 IT 업체도 대거 입주해 있다.

구글과 애플처럼 게임 체인저가 될 만한 기업도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했다. 한 시간마다 지구 전체 변화를 관측해 데이터를 제공하는 미국 소형 위성 카펠라스페이스와 최초로 인공위성 간 통신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오더시, 세계 위성과 지상 지구국을 인터넷망처럼 묶는 RBC시그널 등은 우주 분야는 물론 기존 산업의 근본 지형을 크게 뒤흔들 기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렌턴=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본 기사는 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