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사람 같아서 논란이 일었던 구글의 인공지능(AI) 음성비서 서비스인 ‘듀플렉스’가 시범서비스를 선보인다. AI 비서가 식당이나 미용실에 전화를 걸어 대신 예약해주는 서비스다.

구글은 27일(현지시간) 공식 블로그를 통해 “올여름 듀플렉스 전화 수신을 허가한 업소를 대상으로 시범테스트에 나설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몇 주간은 독립기념일(7월4일) 등 공휴일에 영업하는지를 묻는 단순한 기능부터 시작해 점차 식당과 미용실 예약 서비스로 확대할 계획이다.

구글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본사에서 듀플렉스 시연회를 열었다. 지난 5월 구글 연례 개발자회의에서 듀플렉스를 처음 공개한 지 한 달여 만이다. 이날 구글이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영상 속에서 AI는 “구글 어시스턴트(AI 비서)이고 고객의 예약을 요청한다”며 “이 자동전화는 녹음될 것”이라는 말로 통화를 시작했다. 구글 측은 “통화 내용 녹음을 요구하는 주 정부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스로를 AI라고 먼저 밝히면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개발자회의 때 공개한 통화 내용과 가장 달라진 점이다. 듀플렉스 공개 후 ‘AI를 사람으로 착각하게 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듀플렉스가 기계음이 아니라 성인 남성이나 여성의 음성으로 ‘어~’ ‘음~’ 등 망설이는 듯한 목소리까지 내는 바람에 통화 상대방이 AI와 통화하고 있다는 걸 깨닫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미래엔 전화통화를 하면서 상대방이 진짜 사람인지, AI인지 헷갈릴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구글이 완전히 사람 행세를 하는 AI 음성비서 서비스를 개발한 이유는 ‘언캐니밸리(어설프게 인간과 비슷해 보이는 로봇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듀플렉스 초기 버전은 부자연스러운 목소리 때문에 상대방이 전화를 바로 끊어버리면서 실패를 거듭했다. 스콧 허프먼 구글 어시스턴트 엔지니어링부문 부사장은 “(진짜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때론) 어눌한 말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구글은 아직 허가를 받지 못한 텍사스주를 제외하고 미국 대부분 지역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AI 비서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상황이나 상대방이 상담원과 대화하길 원할 때를 대비해 ‘진짜 사람’인 상담원도 함께 대기한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