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의 산업고도화 정책인 ‘중국제조 2025’를 겨냥해 반도체 장비 수출을 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피해가 우려된다.

美, 반도체장비 수출 통제로 삼성·SK 中공장 '불똥' 우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오는 30일 발표할 예정인 중국 기업 투자제한 조치에 미국 첨단제품의 대중(對中) 수출억제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미 행정부 소식통은 WSJ에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상무부가 첨단기술이 유출되는 걸 막기 위해 수출 통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표적 수출억제 품목으로는 반도체 장비가 거론되고 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는 반도체 장비회사 주가가 폭락했다. 세계 1위 장비회사인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는 2.61% 내렸으며 램리서치(-2.11%) ASML(-4.71%) KLA-텐코(-2.21%) 등도 하락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업종지수(SOX)도 3.1% 떨어졌다.

반도체는 중국제조 2025 전략의 핵심 업종이다.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위해 미국 회사들로부터 수많은 장비를 구매해왔지만 미 정부가 수출 규제에 나서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업체도 이들 미국 장비업체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장비 시장의 국산화율은 20% 수준에 불과하다. 핵심 장비를 대부분 ASML,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램리서치, 도쿄일렉트론, KLA-텐코 등 글로벌 ‘톱5’ 장비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수출을 막을 경우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공장, SK하이닉스는 우시 공장의 반도체 공정을 개선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신용평가회사 무디스의 리처드 레인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중국 반도체 회사들이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첨단장비를 공급해줄 회사는 미국 반도체 장비회사 외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들이 미·중 무역전쟁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