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재난 사고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SK텔레콤과 강원소방본부가 협력하고 있다./사진=SK텔레콤
각종 재난 사고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SK텔레콤과 강원소방본부가 협력하고 있다./사진=SK텔레콤
"험준한 산골짜기. 드론이 재난 현장을 확인하고, 로봇이 조난자가 있는 곳을 찾아낸다. 특수단말기를 통해 멀리 떨어진 의료기관에 조난자의 상태를 시시각각 알린다."

영화에서 나올법한 일들이 현실화되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 3사가 재난 현장에 속속 자사 정보통신기술(ICT)을 도입하면서다. 앞으로 다가올 5G(5세대 이동통신) 시대에는 현재보다 더 정확하고 빠른 재난·재해 대처와 더불어 예방까지 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이통사의 전망이다.

26일 이통업계에 따르면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는 자사 ICT를 바탕으로 재난·재해에 특화된 단말기와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자사의 기술을 지자체와 협력해 실제 상황에 적용시키는 경우도 늘고 있다.

KT는 25일 재난안전통신망 이용에 특화된 '스카이십(Sky ship) 플랫폼'을 구축했다.스카이십 플랫폼은 비행선 스카이십과 관제시스템 스카이십 C3((씨쓰리) 스테이션으로 구성됐다.

스카이십은 통신모듈, 고해상도 열화상 카메라, 드론 등이 탑재됐다. 스카이십이 조난자 탐색을 마치면 스카이십에 탑재됐던 드론이 사출돼 재난 현장의 세부적인 수색을 진행한다. 조난자 수색을 마쳤을 경우 초소형 LTE(롱텀에볼루션) 장비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휴대폰 메시지를 검출하는 기술인 '스카이 스캔'으로 조난자의 신원을 검색한다.

SK텔레콤은 최근 강원소방본부와 ICT 소방 지원 협의를 맺었다. 면적의 82%가 산림인 강원도의 구조 환경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다.

SK텔레콤은 몸에 장착하는 특수단말기(바디캠) 230대, 관제드론 4대, 실시간 관제시스템 'T라이브 캐스터'를 강원소방본부에 제공했다. 바디캠은 LTE 무전기 스마트폰으로 충격과 열에 강하다. 재난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이 바디캠으로 현장을 찍거나 드론을 띄워 촬영된 영상이, T라이브 캐스터를 통해 LTE 망을 타고 현장 소식이 상황실에 전달된다.

SK텔레콤은 센서로 측정한 바닷속 지진파, 조류 흐름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송할 수 있는 수중 통신망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수중 통신망이 구축되면 쓰나미·해저 지진 등의 재난을 미리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다.
사진=LG유플러스
사진=LG유플러스
LG유플러스는 최근 서울시 서초구에 드론을 활용해 재난현장 실시간 영상 전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드론이 촬영한 재난 현장 영상을 드론과 연동된 스마트폰과 LTE망을 통해 자치단체 관제센터에 중계하는 것이다. 영상 중계에는 스마트폰에서 LTE망으로 영상을 전송할 때 플랫폼 역할을 하는 '산업용직캠' 앱(응용프로그램)이 활용된다.

현재 가시권 내에서 관리자가 드론을 직접 조종하는 방식이나 개정된 항공안전법 에 따라 비가시권 원격 드론 관제 시스템도 자치단체에 제공할 계획이라고 LG유플러스는 설명했다.

이통 3사의 이러한 추세는 현 정부의 기조와도 맞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민안전과 직결되는 재난·재해 분야에서의 기술혁신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환경·재난·재해·시설물 등 다양한 분야의 정밀 모니터링 등에 활용되는 차세대 초소형 IoT에 대해 47억원 규모의 신규 R&D를 추진할 계획이다.

재난 대응을 위한 ICT 도입은 전 세계적 추세다. EU(유럽연합)는 제방에 센서를 설치하고 모바일을 통해 실시간으로 홍수 위험 경보를 전달하는 '홍수 조기 경보 시스템'을 구축했다.

일본 이통사 NTT도코모는 쓰나미를 감시하고 지각의 변화를 감지하는 시스템을 일부 기지국에 시험 장착했고 KDDI는 주민이 보내는 긴급 메시지를 드론을 통해 전달하는 시스템을 연구 중이다.

5G 시대가 오면 재난·재해 대응을 위한 ICT 기술이 더욱 발달하게 될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5G의 통신망이 대용량의 데이터를 끊김없이 전달할 수 있기에 긴박한 재해·재난의 순간에 임무 수행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드론이나 로봇 등 각종 기기에서 촬영된 초대용량의 영상이 5G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된다면 보다 상세한 현장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며 "끊김이 없는 5G의 특성으로 원격제어 이외에서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