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리더스 연구원이 물질효력시험을 하고 있다. /바이오리더스 제공
바이오리더스 연구원이 물질효력시험을 하고 있다. /바이오리더스 제공
자궁경부암은 여성 암 가운데 유방암 다음으로 발병률이 높다. 국내에서만 매년 3600여 명의 여성이 자궁경부암 환자로 진단받는다. 자궁경부암의 전 단계인 자궁경부상피이형증과 자궁경부전암 치료제는 아직 없다. 바이오벤처기업 바이오리더스가 최근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주목받는 배경이다. 박영철 바이오리더스 대표(사진)는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를 진단하고 치료해 자궁경부암을 정복하겠다”고 했다.

◆신개념 HPV 진단패드 개발

바이오리더스 "자궁경부암 반드시 정복하겠다"
박 대표는 1990년대 말 대우그룹 해외투자사업실에서 프로젝트매니저로 근무했다. 1997년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맨해튼 트럼프월드타워 공동개발 사업을 진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택으로 초대받아 저녁 식사를 함께했을 정도로 인연이 깊다. 대우그룹 해체 이후 미국과 영국 등에서 외국계 기업의 전문경영인을 지냈다.

바이오기업에 투자한 게 계기가 돼 2009년 티씨엠생명과학이라는 바이오기업을 세웠다. 박 대표는 조류인플루엔자와 신종플루, 계절성 독감을 동시에 진단할 수 있는 기술로 대박을 터뜨렸다. 그는 “회사 설립과 동시에 신종플루가 유행하면서 주목받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렇게 번 돈으로 HPV 진단패드 개발에 뛰어들어 지난해 9월 ‘가인패드’를 출시했다. 그는 “생리대처럼 착용하면 되기 때문에 의사가 직접 자궁 내 세포를 채취하는 기존 방식에 비해 환자의 거부감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중동 등 해외에서 러브콜

가인패드는 해외에서도 관심이 높다. 사우디아라비아 투자전문기관인 달라그룹은 2년 전 티씨엠생명과학에 1200만달러(약 130억원)를 투자했다. 달라그룹은 가인패드의 중동 판매를 위해 현지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인도네시아 1위 제약사인 칼베파마와도 독점 계약을 맺고 판매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미국 기업과는 대형 약국체인을 통해 가인패드를 공급하는 방안 등을 협의 중이다.

박 대표는 “HPV 검진율은 국내가 27%(20대 여성 기준), 율법을 중시하는 이슬람 국가는 2% 안팎”이라며 “가인패드는 검진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단패드 이어 치료제까지 개발

바이오리더스 "자궁경부암 반드시 정복하겠다"
박 대표는 지난해 신약개발사 바이오리더스를 인수했다. 바이오리더스는 자궁경부암의 전 단계인 자궁경부상피이형증과 자궁경부전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자궁경부전암 치료제는 국내에서 임상 2b상을 진행 중이다. 경쟁사의 후보물질들이 주사제인 반면 바이오리더스는 먹는 약으로 개발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개발 중인 자궁경부상피이형증 치료제는 연내 임상 3상에 진입할 계획이다. 글로벌 임상시험을 위해 다국적 제약사 3~4곳과 기술수출 논의도 하고 있다. 박 대표는 “진단부터 신약 개발, 의약품 생산까지 일관체계를 갖추게 됐다”며 “자궁경부암 치료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꿔놓겠다”고 말했다.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