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터뷰] "비트코인 10년, 블록체인 기술은 여전히 초기 단계"
여러 커뮤니티에서 ‘아톰릭스(Atomrigs)’라는 필명으로 블록체인 관련 글을 써오고 있는 정우현씨(사진)는 블록체인 업체에게는 깐깐한 사감 선생님으로, 블록체인을 공부하는 사람이나 투자자에게는 든든한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유명 로봇만화 주인공 아톰에서 필명을 따온 그는 소스코드를 통해 블록체인의 본질을 고찰한다. 2014년 서울 이더리움 밋업을 조직하고 현재는 페이스북에서 한국 이더리움 사용자 그룹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그는 블록체인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고 있을까.

최근 한경닷컴과 만난 정씨는 “블록체인은 부와 권력, 기술이 소수에게 독점돼 생기는 사회구조적 문제들을 해결할 도구”라며 “퍼블릭 블록체인이 탈중앙화를 지향하는 것은 이러한 문제를 시장이 자율적으로 투명하게 해결하려는 시도의 발현”이라고 설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프라이빗 블록체인 중심의 기술 발전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씨는 “특정 문제해결에 프라이빗 체인이나 컨소시엄 체인이 잘 맞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기존 대기업들이 주도해 빠르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보할 수도 있다”면서도 “중앙화된 블록체인은 기존 시스템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고 블록체인의 근본적 잠재력을 제한시켜 효율성 향상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블록체인의 근본적인 바탕인 탈중앙성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확장성을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퍼블릭 블록체인은 분산원장을 대조하는 방식 때문에 속도가 느리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업계에서는 1만TPS(거래처리속도)를 퍼블릭 블록체인이 실생활에 사용 가능한 속도의 기준으로 보고 있다.
지난 22일 열린 서울 이더리움 밋업 현장.
지난 22일 열린 서울 이더리움 밋업 현장.
정씨는 “많은 어플리케이션이 대규모 시장에 진입하려면 1만TPS 또는 그 이상의 속도가 필요하다”며 “내년 연말까지는 초보적 단계에서 그에 준하는 성능 향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체적 방법으로는 “이더리움의 경우 ‘캐스퍼’와 ‘샤딩’ 솔루션 도입으로 100배, ‘플라즈마’와 ‘스테이트’ 채널을 통해 100배 이상의 속도 향상이 가능하다”며 “특히 샤딩 솔루션이 안정되면 TPS 숫자 자체가 무의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샤딩은 메인넷에서 처리할 데이터를 분할해 오프체인(샤드)에 할당하는 방식이다. 메인체인에서 처리할 계산량이 줄어들기에 처리속도가 향상된다. 샤드를 추가할수록 속도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퍼블릭 블록체인의 문제점으로 속도 문제가 꼽히다 보니 최근에는 속도 개선에 초점을 맞춘 3세대 블록체인도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정씨는 “앞서 언급한 이더리움은 물론, 비트코인 역시 사이드체인과 라이트닝 네트워크 등 다양한 솔루션이 등장해 발전하고 있다”며 “단순한 세대구분은 의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또 “처리능력 확보를 위해 탈중앙성을 심하게 훼손하는 것은 개선이라기보다는 후퇴”라며 “새로운 세대의 기준점은 기술적 요소 자체보다는 사회 전반에 사용되는 보편성을 갖췄는지, 그에 필요한 기술적 조건을 충족하고 있는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나온지 10년이 지났지만 블록체인 기술은 여전히 초기 단계에 있다”면서 “일차적으로 속도, 블록체인 데이터와 실물의 연결, 사용자경험 개선 등의 문제가 해결돼야 하고 이후 기존 기술들과의 융합이 주요 과제로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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