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우의 부루마블] 모바일게임 지하철 대전 승자는?
"지하철로 이동시 간단하게 할만한 모바일 게임 없을까요?"

자주 받는 질문이다. 기자는 구글 플레이 게임 매출 순위를 근거로 "리니지M, 검은사막 모바일, 뮤오리진2, 리니지2 레볼루션의 인기가 높아요"라고 답해왔다. 그런데 실제 지하철에서도 매출이 높은 모바일게임이 인기가 있을까. 온전히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니지 않나.

그래서 제한적이지만 지하철에서 많이 하는 게임이 무엇인지 직접 확인해 보기로 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게임을 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어떤 게임 하세요"라고.

지난 18일 오전 7시 시청으로 향하는 2호선 6호차. 탑승객 80여 명 가운데 게임을 하는 인원은 2명. 검은사막 모바일을 하고 있는 30대 회사원 A씨에게 말을 걸었다. 게임을 좋아해 퇴근 후 종종 PC방을 찾는다는 A씨는 "무료한 출퇴근시간을 모바일게임을 하면서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은 머리를 식혀주는 최고의 취미"라며 그래픽과 게임성이 좋아 검은사막을 즐겨한다고 했다.

이날은 한국과 스웨덴의 러시아 월드컵 1차전 경기가 있는 날. 기자는 잠실 롯데월드에서 전반전을 관람하고 하프타임에 집으로 향했다. 월드컵 탓에 건대로 향하는 2호선은 한산했다. 20대 대학생 B씨가 유일하게 게임을 하고 있었다.

덕후처럼 보일까봐 평소 지하철에선 게임을 안한다는 B씨는 플레이하고 있는 라그나로크M 화면을 보여줬다. B씨는 "공공장소인 만큼 최대한 게임을 안하려고 하는데 사람이 없을 땐 가끔한다"며 "평상시에도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를 즐겨한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오전 7시 건대로 향하는 7호선 열차는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그러나 대기업 구내식당에서 일한다는 50대 C씨는 애니팡을 즐기느라 여념이 없었다. C씨는 "60초간 진행되는 애니팡이야 말로 지하철에서 즐길 수 최고의 게임"이라며 "멍하게 있는 것 보다 게임을 하는게 낫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아직도 애니팡을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주변에도 아직 하는 사람이 꽤 있다"고 말했다. 애니팡은 40~50대 이용자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퇴근길 모습도 비슷했다. 오후 6시 잠실방향 2호선 열차에는 중년 여성과 40대 회사원들이 많았다. 중년 여성들은 퍼즐게임(사천성), 고스톱(맞고), 보드게임(모두의마블)을, 40대 회사원들은 MMOPRG(리지니M, 카이저)와 전략게임(삼국지M)을 주로 하고 있었다.

그런데 허전한 기분이 들었다. 다운로드 600만 건을 돌파한 배틀그라운드 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22일 오후 1시 삼성역으로 향하는 2호선 4호차에서 배틀그라운드를 즐기는 대학생 D씨를 만났다.

강변역에서 탑승한 D씨는 자리에 앉자마자 배틀그라운드에 접속했다. 배틀그라운드 하는 사람을 처음 봤다는 말에 D씨는 "사실 배틀그라운드는 지하철에서 하기에 적절한 게임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유로 한 판당 최소 20분 이상 걸리는 시간과 집중력이 요구되는 게임 환경을 들었다. 그래서일까 이후로도 배틀그라운드를 하는 사람은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일주일간 둘러본 결과 지하철에서는 MMORPG 보다 캐주얼, 퍼즐 게임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하철이라는 공간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와는 일치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게임사 한 관계자는 "지하철은 누구나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으로 엄밀히 말해 게임하기에 적합한 환경은 아니다"며 "짧은 시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캐주얼 게임이 인기 있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라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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