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태어난 아이가 아토피피부염을 앓고 있다면 다음에 태어날 아이도 아토피피부염 고위험군에 해당합니다. 임신 단계부터 유산균을 먹고 아이가 태어난 뒤엔 초기부터 보습제를 꼼꼼히 바르면 아토피피부염 예방 효과가 있습니다.”

[서울대병원과 함께하는 건강 백세] "임신 중 유산균 섭취, 태아 아토피 발병률 낮춰"
이동훈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사진)는 “아토피피부염을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알레르기 행진’을 막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며 “환자에게 맞는 치료법을 찾아 꼭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접촉성피부염, 아토피피부염과 같은 피부질환을 치료하는 의사다. 피부 노화와 난치성 알레르기 피부 질환의 근본 치료법을 찾기 위해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

알레르기 행진은 아이가 성장하면서 다양한 알레르기 질환을 앓는 것을 말한다. 태어나자마자 음식 알레르기를 앓고 이후 시간이 지나면 아토피피부염이 생긴다. 아이가 좀 더 성장하면 천식이 생기고 더 크면 알레르기 비염을 차례로 앓게 된다. 알레르기 질환은 기본적으로 면역계에 문제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 같은 질환이 순차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비교적 어릴 때 생기는 아토피피부염을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아토피피부염은 피부 장벽과 면역 문제로 생기는 만성 재발성 피부질환이다. 예전에는 다섯 살 이전에 주로 생겼다가 학령기가 되면 없어지는 환자가 많다고 여겼다. 그러나 최근에는 어른이 돼서 아토피피부염이 생기는 사람도 많다. 60세가 지난 뒤 생기기도 한다.

가벼운 아토피피부염이라면 관리만 해도 좋아지는 환자가 많다. 보습제를 바르고 땀을 많이 흘리지 않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증상이 심하면 국소적으로 스테로이드 제제를 바르고 전문적인 면역조절 치료나 광선치료를 한다.

최근에는 아토피피부염과 다른 질환 간의 연관성도 많이 밝혀지고 있다. 아토피피부염 환자는 심뇌혈관 질환, 비만, 대사증후군 등을 동반할 가능성이 높다. 아이들은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도 많이 호소한다. 이 교수는 “심한 환자는 우울증이 생기기도 하고, 가렵고 외출을 덜하다 보니 신체활동지수가 떨어지고 수면장애도 생길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최근에는 전신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아토피피부염 치료에 흔히 사용되는 치료제는 스테로이드제제다. 아이에게 스테로이드제제를 쓰는 것을 꺼리는 부모가 많아 치료에 장애가 되기도 한다. 이 교수는 “스테로이드 포비아 때문에 치료를 안 하면 아이가 고생하고 잠을 못 자 성장에 문제가 생길 위험이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스테로이드와 비슷한 효과를 내는 국소 면역조절제도 치료에 활용된다. 그는 “주사제 등이 개발돼 이전보다 치료 효과가 좋아졌다”며 “적극적으로 치료받아야 한다”고 했다.

아토피피부염도 개인맞춤 치료로 바뀌고 있다. 백인 아토피피부염 환자와 한국 환자 간 표현형이 다르다는 연구 결과도 많이 발표됐다.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의 고통을 줄이기 위한 정책적 배려는 부족하다. 이 교수는 “아토피피부염이 경증 질환으로 분류돼 대형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치료비 부담이 크다”며 “중증 아토피피부염은 별도로 분류해 환자 고통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