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과학자들이 로봇의 단면을 담은 전개도를 프린터로 출력해 이를 한장한장 접어 쌓아올리는 방식으로 로봇을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다.

임세혁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지능로봇연구단 선임연구원과 김상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등 국제 연구진은 로봇의 입체 형태를 펼쳐서 한 평면에 나타낸 전개도를 접는 방식으로 실제 동작하는 로봇을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20일 발표했다.

최근 종이나 필름을 자르고 접는 방식으로 로봇을 만드는 로봇 기술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런 로봇은 제작시간이 짧고 제작비용이 적게 들어 대량생산이 쉽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기나 열, 자기장, 습도 변화에 따라 스스로 몸을 접거나 펴는 4D프린팅 기술과 접목하면서 더욱 발전하고 있다.

연구진이 이번에 개발한 로봇은 ‘적층형 자가접기’가 사용됐다. 전개도를 구성하는 여러 장의 단면 가운데 양끝을 실로 연결해 잡아당기면 단면들이 스스로 접히면서 입체 형태를 만드는 것과 같은 원리다. 로봇의 단면이 한장한장 쌓이면서 입체 형태의 로봇 모습을 갖춘다.

연구진은 폴리에스터 재질의 전개도를 이용해 사람 얼굴, 토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모습을 딴 입체 로봇을 만들었다. 사람 얼굴 형태의 로봇을 구성하려면 단면이 50장 정도, 토끼는 30장 정도 필요하다.

이 기술은 무엇보다 로봇의 형태와 동작방법을 전개도 한 장에 담는 것이 핵심이다. 연구진은 영화 대사나 음악에 따라 로봇의 특정 부위에 힘을 가해 유연하고 생동감 있게 움직이도록 하는데도 성공했다.

이전에도 3D프린터로 로봇을 구동장치까지 한꺼번에 제작하는 연구가 추진됐다. 하지만 장비가 비싸고 로봇의 움직임과 속도에 제한이 있다는 지적이 과학자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이번에 개발된 로봇은 부드러운 몸체와 외부충격에 유연한 특성을 갖는다.

임 선임연구원은 “로봇의 디자인과 기능에 따른 최적의 설계가 가능하다”며 “대화형 인공지능기술을 융합하면 개인·서비스 로봇 관련 산업에도 광범위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로봇 분야 국제학술지인 ‘국제로봇연구 저널’ 최신호에 소개됐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