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6번째 감각 작동 원리 규명
동물이 자신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여기에 맞춰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하는 감각 메커니즘이 처음으로 규명됐다.

김규형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사진) 연구진은 동물이 자신의 위치와 방향, 움직임을 파악하고 제어하는 ‘자기수용감각’이 작동하는 원리를 알아냈다고 19일 발표했다.

‘동물의 여섯 번째 감각’으로 불리는 자기수용감각에 이상이 생기면 신체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진다. 자기수용감각이 떨어지는 소뇌 저형성증 환자나 퇴행성 뇌질환 환자는 보행에 이상이 나타나지만 그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연구는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연구진은 실험동물인 예쁜꼬마선충에서 몸 전체의 균형을 유지하고 부드럽게 움직이게 하는 유전자인 ‘TRP-1’과 ‘TRP-2’를 발굴했다. 평범한 야생 예쁜꼬마선충은 똑바로 직진해 움직이지만 두 유전자를 없앤 돌연변이 예쁜꼬마선충은 직진하지 못하고 왼쪽으로만 움직이려는 습성을 보인다. 두 유전자가 예쁜꼬마선충이 직진할 수 있도록 방향을 유지하는 길잡이 역할을 한 것이라는 게 연구팀의 해석이다. 연구진은 돌연변이 예쁜꼬마선충에게 초파리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TRP감마’라는 유전자를 주입하자 움직임이 정상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TRP-1과 TRP-2 유전자가 초파리를 포함한 고등동물까지 기능이 진화적으로 보존돼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들 유전자가 근육의 움직임까지 조절하는 자기수용감각 수용체라는 사실도 처음으로 규명했다. 예쁜꼬마선충의 후각신경에 인위적으로 두 유전자를 발현시켰을 때 운동과 상관없는 후각신경인데도 움직임을 감지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김 교수는 “두 유전자가 움직임을 감지하고 조절하는 자기수용감각 수용체라는 사실을 규명함으로써 보행 장애를 일으키는 유전자를 발굴하고 치료제를 개발하는 연구에 실마리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플로스 바이올로지’ 지난 9일자 인터넷판에 소개됐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