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 찾아간 송골매, 태양계 원시 흔적 찾는다
일본의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일본어로 송골매라는 뜻) 2호(사진)’가 목적지인 소행성 ‘류구(1999JU3)’ 도착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14년 12월 일본 가고시마현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H2A’로켓에 실려 발사된 지 3년반 만이다.

하야부사 2호는 장장 52억4000만㎞를 날았다. 류구는 지름이 900m인 소행성이다. 공전주기가 475일로 태양계가 탄생했을 무렵의 원시물질을 간직하고 있을 것으로 과학계는 기대한다. 하야부사 2호는 18개월 간 류구에 머물며 시료를 채취한 뒤 2020년 말 지구로 돌아올 예정이다.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지난 14일 하야부사 2호가 류구 920㎞ 앞에서 망원광학항법카메라(ONC-T)로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이달 6일과 10일, 13일 촬영된 사진은 밝게 빛나는 소행성 류구의 모습을 담고 있다. 13일은 하야부사 1호가 2010년 소행성 이토카와에서 지구로 귀환한 날과 같다.

하야부사 2호는 17일 류구의 758㎞ 앞까지 접근했다. 지난 6일 라이다(LIDAR·레이저 레이더)와 근적외선 분광계 등 각종 실험장치가 정상 작동하는지 테스트했다. 오는 27일쯤 최종 목적지 류구의 20㎞ 상공에 도착할 전망이다.

하야부사 2호는 류구로부터 2100㎞ 앞까지 접근한 지난 7일부터 정밀관측을 시작했다. 류구 주변에 위성이 돌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확인 작업이 필요했다. 소행성 주위를 도는 작은 위성은 탐사선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현재까지 류구의 위성은 발견되지 않았다.

하야부사 2호는 이온엔진의 힘으로 류구에 초당 2.15m 속도로 접근하고 있다. 탐사선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는 건 ‘광학전파복합항법’이라는 장거리 항법기술이다.

이 항법기술은 지구에서 쏜 전파와 탐사선에서 촬영한 소행성 배경사진을 참고해 비행궤도와 방향을 가늠한다. 지구에서 3억㎞ 떨어진 곳을 지나는 류구에 오차 없이 도착하는데 필요한 항법기술이다. JAXA는 2만㎞ 밖에서 지름 6㎝ 과녁을 맞히는 것과 같은 정확도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하야부사 2호는 공전하는 소행성을 따라잡기 위해 중요한 기동을 몇 차례했다. 2015년 지구중력의 힘을 이용해 진로를 변경하고 속도를 얻는 ‘스윙바이’를 실시했다.

하야부사 2호는 2003년 발사돼 소행성 이토카와에서 미립자를 채취한 후 2010년 귀환한 탐사선 ‘하야부사’의 후속모델이다. 류구는 지구와 화성 주변을 도는 소행성이다. 하야부사 2호는 이 소행성에서 생명의 흔적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소행성에는 생명의 기원을 밝혀줄 수분과 유기물이 포함된 암석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다. 시료 채취를 위해 탐사선엔 폭발물이 들어 있는 2㎏짜리 뾰족한 원반 형태의 구리 포탄이 실려 있다.

소형운반임팩터(SCI)라는 이 포탄은 초당 2㎞ 속도로 소행성 표면과 충돌해 소행성 표면에 인공 분화구를 만든다. 하야부사 2호는 인공 분화구에 착륙해 지표면 아래 있는 암석을 채취한 뒤 2020년 말 지구로 돌아온다.

소행성 지표면 아래에서 암석을 채취하는 시도는 처음이다. 하야부사 2호는 지구로 진입하면서 소멸한 하야부사 1호와 달리 암석이 담긴 캡슐만 지구에 떨어뜨리고 우주여행을 계속할 예정이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