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성 엑소코바이오 대표가 엑소좀 배양액이 든 플라스틱 통을 들어보이고 있다. 양병훈 기자
조병성 엑소코바이오 대표가 엑소좀 배양액이 든 플라스틱 통을 들어보이고 있다. 양병훈 기자
엑소코바이오는 세포 간 신호전달물질 ‘엑소좀’이 들어 있는 화장품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지난 2월 선보였다. 엑소좀은 신체 내 특정 세포가 분비, 다른 세포에게 면역 재생 등 필요한 반응을 일으키도록 유도하는 물질을 말한다. 과거 과학자들은 엑소좀을 세포의 배설물이라고 생각했으나 약 10년 전 그 기능이 규명되며 이를 의약품 화장품 등에 활용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엑소코바이오는 엑소좀을 활용한 마스크팩 앰플 로션 등을 내놨고 의약품도 개발 중이다.

조병성 엑소코바이오 대표(46)는 “체내 대부분의 세포가 엑소좀을 내뿜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줄기세포의 엑소좀에 집중해 연구하고 있다”며 “줄기세포가 가지는 뛰어난 재생 및 항염증 기능은 더 정확히 말하면 줄기세포가 내뿜는 엑소좀의 기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줄기세포 전체를 활용하지 않고 필요한 효과를 내는 물질만 뽑아서 활용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렇게 하면 줄기세포가 가지는 단점을 보완하면서도 줄기세포의 재생 및 항염증 효과를 더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에 따르면 줄기세포 엑소좀이 줄기세포 본체보다 더 강한 약효를 낼 수 있는 이유는 이렇다. 줄기세포는 몸 속에 넣은 뒤 24시간 안에 99%가 사멸하며 그 전까지 분비한 엑소좀이 그 줄기세포 치료제의 약효 물질이 된다. 엑소좀도 몸 속에서 사멸하는 건 마찬가지지만 줄기세포를 몸 밖에서 키운 뒤 엑소좀을 따로 추출해 만들기 때문에 주입 전 엑소좀의 농도를 높여 약효를 강화할 수 있다. 한 줄기세포에서 엑소좀을 여러번 추출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도 적게 든다.

조 대표는 “줄기세포는 살아있는 세포이기 때문에 몸 속에 들어가서 어떤 역할을 할지 100% 장담이 안 된다”며 “예기치 않은 거부반응을 일으킬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엑소좀은 단백질 등으로 구성된 복합물이기 때문에 그런 부작용의 위험이 적다”며 “의도한 효과만 내게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엑소좀은 줄기세포와 달리 혈뇌장벽(뇌로 향하는 혈관 속 화학물질 차단막)을 통과할 수 있기 때문에 뇌종양 등 뇌 질환 치료제로도 응용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엑소코바이오의 엑소좀 화장품은 주로 시술이나 외부 노출 등으로 손상된 피부를 재생하는데 쓴다. 올해 내로 해외에서 17개, 국내에서 5개의 미용·바이오 박람회에 참여하는 등 국내외 판로 개척에 집중하고 있다. 조 대표는 “미국 유럽 러시아 일본 중국 등의 업체와 계약을 맺기로 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며 “미국의 대형 약국 체인점인 CVS에 이르면 이달 말 제품 샘플을 보낼 예정이고 국내에서는 올리브영 등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의약품은 아토피, 급성신부전, 궤양성 대장염 등 다양한 염증성 질환을 겨냥해 연구 중이다. 이 또한 줄기세포의 재생·항염증 효과가 핵심이다. 조 대표는 “신부전증 치료제의 경우 손상된 신장세포를 재생하는 쪽으로 약효를 내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국내 바이오 기업 가운데서는 신부전증 치료제를 연구하는 곳이 전무해 개발에 성공하면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약품 임상시험은 2020년 시작이 목표다.

조 대표는 1995년 서울대 분자생물학과를 졸업한 뒤 1997년 같은 대학에서 분자생물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KAIST의 벤처경영 전문가 과정인 테크노MBA에서 2002년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기술투자 바이오텍 투자부장, 메디톡스 전략기획 재무이사, 로고스바이오시스템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거쳐 2017년 엑소코바이오를 창업했다.

설립 첫해에 약 201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바이오 기업 가운데 눈에 띄는 투자 유치 성과다. 흑자 전환 기대 시점은 2020년이다. 엑소좀의 기능을 처음 밝힌 싱가포르의 싸이 키앙 림 박사가 엑소코바이오의 자문역이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