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달대행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수백억원 규모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업체 간 인수합병(M&A)도 활발하다. 음식배달 앱(응용프로그램) 1, 2위인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등을 중심으로 관련 투자와 M&A가 늘고 있다. 음식배달 앱 이용자가 크게 증가하면서 배달대행 수요도 함께 늘고 있어서다. 네이버, 카카오 등 인터넷업체와 대형 유통회사까지 다양한 스타트업과 손잡고 배송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배송 스타트업의 질주… 수백억 투자 잇따른다
수요에 못 미치는 배달대행

배송기사(라이더) 3만 명을 확보한 국내 배달대행 1위 업체 바로고는 최근 요기요로부터 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2014년 설립한 바로고는 버거킹, KFC, 파파이스 등 다양한 외식업체의 배달 서비스를 대행하고 있다. 월평균 배송 건수는 200만 건에 달한다.

요기요 관계자는 “배송사업 확대를 위해 바로고에 전략적 투자를 한 것”이라며 “지난해 9월에는 배달대행 스타트업 푸드플라이를 인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배달의민족도 배달음식 중개 플랫폼을 넘어 직접 배송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2015년 배달대행업체 두바퀴콜을 사들인 데 이어 2017년에는 자체 배달 앱 ‘배민라이더스’를 선보였다. 올 들어 배민라이더스의 월평균 주문량은 작년의 두 배 수준인 40만 건으로 늘어났다. 제휴 업체는 4200여 곳에 달한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서울 전역에서 배달 서비스를 시행한 뒤 인천 부천 분당 일산 수원 등지로 사업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물류 스타트업 메쉬코리아는 ‘부릉’이란 브랜드로 CJ대한통운 이마트 롯데리아 피자헛 등과 계약을 맺고 배송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7월 네이버로부터 24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메쉬코리아가 그동안 유치한 투자금은 755억원에 달한다.

유정범 메쉬코리아 대표는 “최근 카카오와 음식 주문 서비스 ‘카카오톡 주문하기’의 영업대행 계약도 맺었다”고 밝혔다.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는 “국내 월평균 음식배달 주문 횟수가 5000만 건 수준인데 배달대행업체가 처리하는 건수는 20%(1000만 건) 정도”라며 “이는 관련 시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새벽배송 시장에도 뛰어들어

배송 스타트업의 질주… 수백억 투자 잇따른다
신선식품 등을 밤에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에 배달해주는 ‘새벽배송’ 시장도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새벽배송의 최대 강자로 떠오른 마켓컬리는 연매출이 2016년 173억원에서 작년 53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올해 매출은 16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마켓컬리는 빅데이터를 분석해 주문이 예상되는 상품을 물류창고에 미리 확보해두는 방식으로 초고속 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다. 백화점 식품관처럼 고급·유기농·친환경 상품 등에 집중해 고소득층 단골이 많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온라인 신선식품 스타트업인 헬로네이처는 최근 CU편의점 투자회사인 BGF에 인수되기도 했다. 헬로네이처는 스타트업 지주사인 패스트트랙아시아가 2012년 세운 회사로, 새벽배송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유기농 친환경 제품을 산지와 소비자 간 직접 연결해주는 서비스로 주목받으며 성장한 회사다. 헬로네이처의 제휴 업체는 1000여 곳에 달한다.

스타트업이 새벽배송 붐을 일으키자 이마트 롯데슈퍼 롯데홈쇼핑 등 대형 유통업체도 관련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신선식품 판매·배송 시장이 커지는 것은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농수축산물의 온라인 구매가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1조1710억원 규모였던 국내 농수축산물 온라인 거래액은 지난해 2조원을 넘었다.

안병익 한국푸드테크협회 회장(식신 대표)은 “각종 식재료가 온라인으로 유통되면서 푸드테크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음식배달 앱 등에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해 유통구조를 투명화하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