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했다는 가설을 뒷받침할 가장 강력한 근거가 화성의 표토(토양)와 대기 중에서 발견됐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을 비롯한 미국과 영국, 프랑스, 멕시코 등 8개국 국제 공동연구진은 7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에 있는 NASA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발표했다. 화성에서 활동 중인 NASA의 탐사로봇 큐리오시티가 수집한 대기 정보와 토양 샘플에서 생명체를 구성하는 기본 분자인 메탄의 주기적 농도 변화와 30년 전 유기 분자의 흔적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붉은색 산화철이 표면을 덮고 있어 ‘붉은 행성’으로 불리는 화성에 생명체가 살았을 것으로 보고 그 흔적을 추적하고 있다. 화성 표면의 게일 크레이터(운석 충돌구)만해도 35억 년 전 초기 지구와 유사한 환경을 가졌던 것으로 추정된다. 과학자들은 이곳에 생명체가 살았을 것으로 보고 탐사선을 보내 흔적을 찾고 있다.

생명체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려면 생명체를 구성하는 탄소와 수소, 산소, 질소로 이뤄진 유기분자의 존재를 확인해야 한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 역시도 이들 분자가 모여 형성한 탄수화물, 핵산, 지질, 단백질을 소비하거나 생산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1976년 화성탐사선 바이킹 1호와 2호를 보냈지만 생명체 흔적이나 유기분자를 찾는 데는 실패했다. 유기분자의 존재가 확인된 건 2012년 큐리오시티가 화성에 도착해 활동하면서다.

큐리오시티에 실려 있던 화성샘플분석장치(SAM)가 화성 토양을 분석한 결과 유기분자가 존재할 가능성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당시 관측 결과는 완벽하지 않았다. 화성 표면에 남아 있는 소금물이 분석장치에 들어가 영향을 주면서 확실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NASA 산하 고다드우주센터를 포함한 미국과 영국, 프랑스, 멕시코 등 4개국 연구진은 화성의 게일 크레이터에 있는 30억 년된 이암(점토로 된 암석) 속에서 방향족과 지방족, 싸이오펜 화합물을 발견했다. 이들 유기 화합물은 그 자체만으로는 살아 있는 생명체는 아니지만 생명체나 그 배출물을 구성하는 기본 재료라는 점에서 생명체 존재를 입증할 중요한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최영준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번에 발견된 유기분자는 지금까지 발견된 어떤 유기분자보다 크고 구조가 복잡하다”며 “이들이 생명체와 같은 큰 유기분자에서 떨어져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NASA 산하의 제트추진연구소(JPL)와 또 다른 8개국 연구진은 화성 대기 중 메탄 농도가 계절에 따라 바뀐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화성에선 지금도 지질 운동이 일어나고 있고, 이런 과정에서 오래 전부터 축적된 유기분자들이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연구진은 55개월 간 축적된 대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메탄 농도가 봄철에는 떨어졌다가 여름과 가을에 높아지고 겨울에 다시 내려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메탄 농도는 계절에 따라 최고 3.5배까지 차이가 났다. 탄소 한 개와 수소 4개가 분자를 구성하는 메탄은 가장 단순한 형태의 유기분자다.

최영준 책임연구원은 “날씨가 더워지면서 화성의 동토층 아래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거대한 바다에서 메탄가스가 나왔을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 생명체로부터 나왔다는 점을 입증하려면 추가적인 근거가 더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화성에 충분한 유기분자가 존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기분자는 생명체에서만 생성되는 것은 아니다.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운석이나 혜성을 통해서 외부에서 전달되기도 한다.

국제 과학학술지인 사이언스에 따르면 연간 100~300t에 이르는 유기분자가 화성으로 쏟아져 들어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기분자가 그간 잘 발견되지 않은 것은 화성이 지구보다 더 센 자외선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자외선의 강한 에너지가 땅속 수cm에서 수m 이내 토양에 존재하는 큰 유기분자를 파괴, 유기분자를 좀처럼 포착하기 어려웠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선 이런 난제를 해결하고 다른 외부적인 요인을 최대한 제거한 상태에서 메탄 농도를 구했다.

잉게 로에스 텐 케이트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교수는 이날 발행된 사이언스 논평에서 “생명체와 메탄 순환의 연관성을 이해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도 “표면에 유기분자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확인함으로써 화성에서 생명이 기원했거나 살았는지에 대한 질문이 더 시의적절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