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KT, '자발적' 보편요금제 도입…SKT· LGU+ 한 배 탈까
KT가 정부가 입법 추진 중인 보편요금제와 유사한 저가요금제를 내놓으면서 SK텔레콤LG유플러스의 향후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이통사들이 자율적으로 저가요금제를 출시하게 되면 보편요금제가 무색해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조만간 요금제 개편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속도 제한 없는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은 LG유플러스도 저가요금제를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미 로밍요금제, 멤버십 혜택 등 고객 가치 혁신이라는 큰 틀에서 요금제혜택을 늘리고 있다"며 "박정호 사장이 강조했던 것처럼 전체 고객들에게 혜택을 늘리는 방향으로 조만간 요금제 개편을 단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KT의 요금제 개편을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언급했다.

이통사의 저가요금제 출시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전날 KT가 정부가 입법 추진 중인 보편요금제와 유사한 요금제를 출시해서다.

KT는 30일 월 3만3000원에 음성통화 무제한,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LTE 베이직' 요금제를 출시했다. 선택약정할인율 25%를 적용하면 요금제가 월 2만원대(2만4750원)로 떨어지기 때문에 사실상 보편요금제나 다름없다는 해석이 힘을 얻었다.

보편요금제는 월 2만원대 1GB, 음성 200분 제공 요금제를 업계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에 강제 의무토록 하는 법안이다.

정부가 저가요금제 도입을 위해 현재 입법 추진하고 있다. 보편요금제는 알뜰폰, 이통사, 시민단체 등의 이견에도 불구하고 이달 11일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했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6월 내에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특히 관심이 쏠리는 것은 SK텔레콤의 대응이다. SK텔레콤은 보편요금제가 출시될 경우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하는 1등사업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편요금제와 유사한 저가요금제를 출시한 KT의 경우를 두고 SK텔레콤이 가장 깊은 고민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KT를 시작으로 이통3사가 보편요금제와 비슷한 요금제를 내놓을 경우, 정부의 보편요금제 입법 추진 명분이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편요금제가 저가요금제 도입을 위해 정부가 강제하도록 한 것인데, 이통사가 자발적으로 이와 유사한 요금제들을 낸 다면 쓸모가 없어지는 건 당연"이라며 "정부가 시장에 강제하기 보다는 시장에서 업계가 자발적으로 경쟁하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은정 DB금융투자 연구원은 "3만3000원에 데이터 1GB, 음성·문자 무제한을 제공하는 요금제를 출시해서 보편요금제가 강제로 실현될 가능성을 낮춘 점은 긍정적"이라며 "기조를 굳히기 위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빠른 시일내에 자발적 보편요금제를 실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