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소형 컴퓨터가 들어있는 전자피부를 사람 몸과 로봇에 각각 붙여 로봇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꿈의 기술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했다. SF영화처럼 전자피부를 붙인 사람이 몸을 움직이면 로봇이 동작을 따라하는 날이 머지않아 구현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홍용택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와 같은 학교 조규진 기계학공공학부 교수 연구진은 컴퓨터를 집어넣은 전자피부를 개발하고 이를 이용해 로봇을 작동시키는데 성공했다고 30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가 소개했다.

소프트로봇은 공장이나 공공장소에서 사용되는 딱딱한 재질의 기존 로봇과 달리 유연한 소재를 쓰고 동물처럼 움직이는 신개념 방식이다. 원리는 간단하지만 살아있는 동물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인다는 점에서 로봇 연구자들 사이에선 주목받는 분야다. 하지만 전통적인 구동장치, 회로기판을 사용하다보니 디자인과 동작에 한계가 많았다.
연구진이 개발한 전자피부는 두께 1mm, 무게 0.8g으로 얇고 가벼우며 신축성이 있다. 로봇 동작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몸통 어떤 부분에도 붙일 수 있다. 피부엔 프린팅 기법을 통해 회로를 그렸다. 전자피부는 한 쌍으로 구성된다. 각각 전자피부는 서로 무선통신으로 연결된다. 5m떨어진 거리에서도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전자피부는 쉽게 붙이고 뗄 수 있다.

연구진은 전자피부 한 장을 사람 손등과 팔목 피부에 붙이고 다른 한 장은 얇고 투명하게 제작된 로봇손에 붙였다. 로봇손에 붙은 전자피부는 사람 피부에 붙인 전자피부에서 보내는 신호에 따라 손가락을 굽혔다 폈다하는데 성공했다. 이 전자피부는 다른 로봇손에 옮겨 붙여도 똑같은 성능을 발휘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로 그간 디자인에 한계가 있었던 소프트 로봇을 제어하는 방법을 찾았다고 보고 있다. 홍 교수는 “이번 연구로 사람과 로봇이 상호작용하는 길을 열었다”며 “로봇뿐 아니라 사람과 연체 동식물의 상호작용하는 연구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