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 워든 美 브레이크스루賞재단 이사장
31일 '스트롱코리아 포럼 2018'서 기조연설

"우주돛단배 개발에 1억弗 지원… 인류 상상력 태양계 밖으로 확장"

브레이크스루賞은
마크 저커버그·세르게이 브린 등 실리콘밸리 창업자들 기금 출연
1인당 상금만 300만달러… 상식 틀 깨는 과학자 지원

13~18세 주니어상도 운영… 실패 포용하는 문화 필요
"연예인보다 과학자가 더 스타되는 시대 만들어야"

“성공한 기업가들이 과학상(賞)에 왜 큰돈을 기부했냐고요? 젊은이들이 과학 연구에 도전하도록 독려하기 위해서입니다. 과학자도 연예계나 재계 유명 인사 못지않게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죠.”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연말이면 ‘과학의 아카데미상’ ‘실리콘밸리 노벨상’으로 불리는 브레이크스루상 시상식이 열린다. 생명과학 수학 기초물리학 분야 수상자에게는 노벨상의 세 배인 1인당 300만달러(약 32억원)의 상금을 준다. 유명 벤처투자자인 유리 밀러,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등이 재원을 댔다. 이 상을 운영하는 브레이크스루상재단의 피트 워든 이사장(69·사진)은 27일 “기업가들이 과학에 관심을 두는 건 미래의 경제 발전을 위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는 31일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열리는 ‘스트롱코리아 포럼 2018’ 기조연설에 앞서 한국경제신문과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워든 이사장은 “과학은 어느 학문보다 ‘번뜩이는 창의성’이 중요한 분야”라며 “실패를 반복하더라도 포용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게 과제”라고 조언했다.

지난해 12월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서 열린 브레이크스루상(賞) 시상식은 ‘축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실리콘밸리의 스타 경영인과 할리우드 배우들이 참석한 가운데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피트 워든 이사장은 “수상자 면면을 보면 인간 지식의 한계를 확장하기 위해 노력한 과학 인재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노벨상이 한 과학자의 평생에 걸친 업적을 평가한 것이라면 브레이크스루상은 뛰어난 성과를 올린 과학자를 재정적으로 지원해 향후 더 큰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돕는 성격이 강하다. 본상과 별도로 13~18세 학생에게 ‘주니어 브레이크스루 챌린지’ 등을 시상한다.

워든 이사장은 과학계의 도전적인 연구가 기업의 창의적 혁신에 밑거름이 되고, 기업인은 다시 과학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0년 동안 새로운 기업가들이 창출해낸 시장은 2조달러(약 2100조원)에 이른다”며 “실리콘밸리뿐 아니라 한국에 있는 뛰어난 기업가들도 이런 경제적 성공이 앞서 이뤄진 과학적 발견에 바탕을 뒀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2월3일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의 미국항공우주국(NASA) 에임스연구소에서 열린 ‘2018 브레이크스루상 시상식’에서 기초물리학상을 받은 찰스 베넷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오른쪽 두 번째)와 동료 연구원들이 트로피를 들고 밝게 웃고 있다. 한경DB

지난해 12월3일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의 미국항공우주국(NASA) 에임스연구소에서 열린 ‘2018 브레이크스루상 시상식’에서 기초물리학상을 받은 찰스 베넷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오른쪽 두 번째)와 동료 연구원들이 트로피를 들고 밝게 웃고 있다. 한경DB

브레이크스루상재단은 ‘브레이크스루이니셔티브’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인류의 상상력을 태양계 바깥으로 확장하는 각종 연구도 지원하고 있다. 올 3월 타계한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전 케임브리지대 교수 등이 주도해 2016년 출범한 ‘브레이크스루 스타샷 프로젝트’가 그중 하나다. 3만 년 걸리는 우주 항해를 20년 만에 주파하는 우주돛단배를 제작하는 1억달러 규모의 연구사업이다. 가까운 외계 행성을 찾는 ‘브레이크스루 워치’, 태양계 바깥에서 지적생명체의 소리를 듣는 ‘브레이크스루 리슨’, 지구 관련 정보를 외계 생명체에 전송하는 ‘브레이크스루 메시지’ 등도 함께 추진 중이다.

브레이크스루상은 영문 ‘돌파구(breakthrough)’라는 뜻 그대로 한계를 돌파한 과학적 연구에 주는 상이다. 워든 이사장은 “과학에서 성공적인 돌파구를 찾아내려면 번뜩이는 통찰력이 필수”라며 “연구자들이 일상적인 질문이 아니라 도전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부와 학교, 민간 기업이 역할을 체계적으로 분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학은 과학과 기술만이 아니라 여러 분야의 광범위한 배경지식을 제공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우주 탐험에는 공학적 전문지식 외에도 인문학, 사회과학, 법학, 심지어 예술과 음악 지식까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기업은 상아탑의 장기적인 목표를 진전시키는 계기가 되는 로켓, 우주선 제작 등 대규모 프로젝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을 포함한 각국 정부가 과학 분야 연구개발(R&D)에 적지 않은 돈을 투입하지만 성과는 떨어진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정부는 민간 기업이 시간 및 비용 부담을 이유로 주저하는 분야에 지원을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정부가 도와야 할 영역은 수년의 기간과 중간 단계 이상의 위험이 수반되는 장기 프로젝트”라고 했다.

워든 이사장은 재단에 합류하기에 앞서 9년 동안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에임스연구소장을 지냈다. 이 연구소는 NASA의 여러 연구소 중에서도 태양계 바깥의 우주 생명체를 찾는 우주생물학 연구 프로그램을 주도하고 있다. 구글을 비롯한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기업과 양자컴퓨터를 공동 연구하고 무게가 단 몇㎏에 불과한 ‘큐브 위성’을 개발하는 등 산·학·연을 잇는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과학 분야 종사자를 존중하고 젊은이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사회적 환경을 구축하고 있는 것은 훌륭한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성공한 인물이 첫 시도에서 목표를 달성한 사례는 드물다”며 “실패를 용인하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과제”라고 했다. 워든 이사장은 이번 방한에서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과학의 중요성에 대한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며 “더 많은 과학자와 엔지니어가 우주에서의 삶에 관한 큰 문제를 연구하도록 영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 피트 워든 이사장은

브레이크스루상재단 이사장이자 브레이크스루이니셔티브 이사다. 미국 미시간대에서 물리학과 천문학을 전공하고 애리조나대에서 천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5년 3월 은퇴할 때까지 9년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모펫필드에 있는 미국항공우주국(NASA) 에임스연구소장을 지냈다.

미 공군 예비역 준장이기도 한 그는 공군에서 몇 가지 직책을 맡았으며 애리조나대 천문학 연구교수를 지냈다. 150편이 넘는 우주와 과학 분야 논문을 쓴 전문가로서 정부와 민간부문 간 국제협력 관련 활동에도 힘을 쏟고 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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