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시장점유율 규제의 연장 여부를 놓고 통신사들의 주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사진은 점유율 1위 KT의 인터넷TV(IPTV) 서비스. 한경DB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규제의 연장 여부를 놓고 통신사들의 주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사진은 점유율 1위 KT의 인터넷TV(IPTV) 서비스. 한경DB
인터넷TV(IPTV), 케이블TV 등 특정 유료방송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상한(33.3%)을 두는 유료방송 합산규제 일몰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업계에선 연장 여부를 놓고 KT 진영과 반(反)KT 진영으로 나뉘어 날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합산규제 상한선에 다다른 KT는 “한국에만 존재하는 반시장 규제”라며 자동 일몰을 주장하는 반면 경쟁사인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와 케이블TV업계는 “거대 독점사업자의 출현을 막아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워 기한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반시장 정책” vs “독점 막아야”

유료방송 합산규제 폐기 눈앞… KT vs 反KT '신경전'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케이블TV, IP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사업자의 특수관계사를 포함한 특정 사업자의 가입자가 전체 가입자의 3분의 1(33.3%)을 넘지 못하도록 한 제도다. 유료방송시장 독점을 막기 위한 조치로 2015년 6월 3년 한시로 도입됐다. 기한은 다음달 27일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2017 상반기 유료시장 점유율’에 따르면 작년 12월 기준 KT IPTV와 KT스카이라이프(KT 자회사)의 위성방송 가입자를 합친 점유율은 30.54%다. 합산규제 상한선 33.3%까지 2.76%포인트 남았다. KT는 전국에 촘촘히 깔린 유선망 인프라를 기반으로 2012년 이후 매년 1%포인트 안팎씩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원칙대로라면 3년 일몰이 돌아오는 다음달 27일 합산규제 조항은 폐지된다. KT를 견제하는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케이블TV업계 등은 합산 규제를 연장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가입자 규모에서 IPTV에 추월당해 위기감이 더 커진 케이블TV방송협회는 지난 17일 기자간담회까지 별도로 열었다. 한상혁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미디어국장은 “합산규제가 없어지면 유료방송 시장에서 압도적 1위인 KT가 위성방송인 KT스카이라이프를 앞세워 독점 사업자가 될 때까지 가입자를 늘려나갈 것”이라며 “거대 독점사업자 출현으로 방송시장 경쟁이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2016년 11월 합산규제를 유지하는 내용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합산규제 칼자루 쥔 국회

KT는 소비자 선택권을 내세워 합산규제 일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합산규제는 소비자 선택의 자유를 박탈하는 시대착오적인 반시장 정책으로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을 수 없다”며 “유료방송사업자 간 소유 겸영 규제를 폐지하는 정부 정책 기조에 맞춰 합산규제도 폐지하는 게 순리”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유료방송 합산규제의 연장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작년 8월부터 올해 초까지 사회 각계 전문가 열 명으로 구성된 연구반을 운영했지만 전문가 의견이 서로 엇갈려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합산규제 일몰 연장 여부는 신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의 처리 결과로 결정될 전망이다.

하지만 개정안을 심의할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을 놓고 여야 대립이 장기화하고 있다. 합산규제 일몰 여부를 논의할 상임위와 법안심사소위원회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여야 대립 상황이 지속되면 합산규제는 자동으로 사라진다. 국회 관계자는 “합산규제만 따로 떼내 논의할지 아니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에 계류된 주요 법안들과 연계해 처리할지 알 수 없다”며 “6·13 지방선거도 합산규제 처리에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